소니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스마트TV인 '구글TV'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제품이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소니와 구글이 내놓은 스마트TV가 소니의 옛 명성 회복을 도와줄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구글TV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소니의 이번 스마트TV 시장 진출로 글로벌 TV 메이커 간의 '스마트TV 대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서치 등 분석기관에 따르면 오는 2013년까지 스마트TV 시장은 연평균 8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11년을 기점으로 3D나 스마트TV가 아닌 일반 LED TV는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글TV, 한국 스마트TV와 차이점은=소니의 구글TV가 앞서 스마트TV를 선보였던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제품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장착해 '풀 브라우징'이 가능하다는 것과 쿼티 자판 리모컨이다. 소니 인터넷TV는 구글의 '크롬 웹브라우저'를 통해 PC와 동일한 형태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원하는 콘텐츠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바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이 소니 측 설명이다. 한 화면에서 TV 방송을 시청하면서 별도의 작은 창을 통해 웹서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듀얼뷰(Dual View)' 기능도 눈에 띈다. 큰 화면으로는 방송을 보면서 작은 화면으로는 트위터를 통해 친구들과 방송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축구 경기 스코어를 확인할 수도 있는 것. 이와 함께 TV 리모컨에 RF 쿼티 자판과 광마우스를 장착한 것도 기존 스마트TV와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또 올해 늦가을께에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앱을 다운 받아 휴대폰으로 소니 인터넷TV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TV의 리모컨은 쿼티 자판 없이 방향키로만 작동하도록 구성돼 있다. ◇소비자 반응은 미지수=그러나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이 과연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소니의 구글TV가 PC와 사용자환경(UI)이 비슷한 점이 다른 스마트TV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과연 이것이 TV 이용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앞서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지난 12일 한국전자전에서 "TV 시청자들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 리모컨을 작동하며 보는 것을 원하는데 쿼티 자판 키보드를 두드리며 화면을 보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면서 "구글TV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TV업계 관계자도 "PC는 사용자가 모니터 바로 앞에서 이용하지만 TV는 시청거리가 떨어져 있다"면서 "PC와 동일한 인터넷 화면을 TV에서는 제대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소니 구글TV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니 인터넷TV에 내장된 애플리케이션은 트위터ㆍ넷플릭스ㆍ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또 소니 자체의 VOD 서비스인 '큐리오시티'도 이용 가능하지만 소니 측에서는 확보한 콘텐츠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전용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만들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전세계의 콘텐츠 개발자들과 협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니, 저가 가격 책정으로 스마트TV 대전 예고=소니의 구글TV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소니는 일단 저가의 가격을 책정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TV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처음에 구글TV 계획을 밝혔을 때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소니가 이를 의식하고 가격을 많이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해외 언론 및 블로거들도 '적당한 (affordable) 가격'이라고 보고 있다. 소니가 이번에 출시한 구글TV 가격은 46인치 제품이 1,399.99달러로 소니가 미국에서 출시한 46인치 LED TV 'EX600'과 동일하다. 또 샤프의 46인치 LED TV 가격 1,499.99달러보다 낮다. 소니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구글TV는 소니의 전체 TV 라인업 중 중간 수준의 가격대"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니는 구글 기반의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도 함께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HDTV와 연결해 구글TV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격은 399.99달러로 앞서 로지텍이 출시한 구글TV 셋톱박스 '레뷰(Revue)'가 299.99달러인 데 비해 다소 비싸지만 소니의 브랜드 가치 등을 따졌을 때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TV를 보면서 인터넷 검색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시청자들은 소니의 쿼티 자판 리모컨도 기꺼이 이용할 것이고 편하게 TV 시청을 원하는 사람들은 국내 업체들이 TV 이용에 적합하게 만든 제품을 선호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시청 태도의 변화, 각 TV 업체들의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전에 따라 TV 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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