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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본 한국인
입력2003-02-12 00:00:00
수정
2003.02.12 00:00:00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에 온 이후 가장 궁금한 대목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하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중국인들이 보는 한국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봅니다.
중국인들은 한국사람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눠 생각합니다. 한국인, 북한인, 조선족이 바로 그 것이지요. 따라서 한국사람을 똑 같이 보지 않고, 이에 대한 평가도 각기 다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북한사람에게는 이념적으로 친근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항상 도와 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족에게는 “근면하고 지적수준이 비교적 높은 중국인”으로 평가하지만 200만명에 불과한 소수민족의 하나로 그냥 보아 넘기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체적으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문화적으로 비슷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인 저변에 깔려 있는 한국에 대한 인상은 `친구`이상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자주 접하는 중국 학생이나 추주치처(택시) 기사, 시장 상인과의 대화에서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이들은 “한꾸어 흐어 쭝꾸어 펑요우(한국과 중국은 친구나라), “쭝꾸어런 뿌시후안 르번런(중국인은 일본인을 싫어한다)”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이 같은 말은 오래전부터 중국인들의 정서속에 한국인이 아주 우호적인 사람으로 자리하고 있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추진력과 단결력이 남다르다”고 얘기하는 것도 한국인을 높이 사는 대목입니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과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빨리 회복한 모습에 놀라움과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IMF 금융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 서울시내를 가득 메운 한국산 차량, 월드컵에서 보여 준 전국민적인 응원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며 만나는 사람마다 침이 달토록 칭찬합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보고 중국인들은 한국의 저력이 바로 단결력과 애국심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대기업들이 보여 주는 스피드 경영도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부러워 하는 부문입니다. 이는 한국인의 추진력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지만 우리 대기업들이 보여주는 스피드 경영은 다른 나라 기업과는 남다르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해 중국인들이 대표적으로 드는 사례가 `애니콜`입니다. 중국인들에게 애니콜을 갖고 싶은 이유를 물으면 십중팔구 “시장을 너무 빨리 읽고 감각적이다”고 말합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안고 변화를 재빨리 읽는 순발력이 애니콜 성공의 지름길이 됐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지요.
동전의 양면이 있듯 이 같은 한국인의 장점이 단점이 되어 우리를 비평하는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손꼽히는 것이 성급한 성격과 거친 말투입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의 추진력을 높이 사고 있는 반면 중국에 투자한 일부 기업들의 급한 경영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성과를 바라는 것은 물론 앞뒤 가리지 않고 일시에 몰려와 과당경쟁을 벌이고 상호비방 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는 것이 그 것.
장점인 추진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 한국인들의 좋은 인상에 먹칠을 가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기업끼리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 저절로 나가 떨어진 수많은 IT기업, 중소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중국에 살 거나 중국에 처음 온 관광객 등 개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 온 이후 저의 눈을 가장 거슬리게 만든 것은 식당 종업원에 대한 한국인들의 잘못된 태도입니다. 종업원에게 반말을 예사로 하고 심지어 하인 부리듯이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도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중국이 우리보다 못산다고 함부로 내뱉는 말이나 행동은 순간 순간마다 아슬아슬한 느낌을 가지게 만듭니다.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한족들도 눈치로 그 뉘앙스를 얼마든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중국인들은 종종 한국인을 향해 `까오리빵즈(高麗棒)`라는 욕을 합니다. 이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고려 몽둥이`인데 이것이 왜 욕이 되는 지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봉자(棒子)를 우리 말로 표현하면 `놈`이라는 뜻이 있어 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봉(棒)이 `멋지다`라는 뜻도 있어 일방적으로 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도 있는 듯 합니다. 그 어원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지만 `까오리빵즈`가 `멋진 한국사람`이라는 뜻으로 정립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진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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