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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왜 기업자금난 외면하나

은행 왜 기업자금난 외면하나『돈이 몰리는 곳은 은행밖에 없는데 왜 은행은 기업자금난을 모른척 하나』 회사채·기업어음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인 가운데, 돈이 집중되는 은행권은 마치 블랙홀처럼 자금을 삼킨 채 대출을 꺼리고 있어 기업의 자금경색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게 최근 자금시장의 현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은행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 보면 자금이 순환될 수 없는 이유가 명백해진다. 올들어 은행의 수신증가액은 지난 5월말까지 2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수신증가는 은행 고유계정인 「예금」이 주도했다. 예금만 따져보면 36조원이 늘었다. 반면 신탁은 평균잔액 개념으로 볼 때 5월까지 17조원이 줄었다. 그동안 은행권이 활발하게 회사채·CP시장에 참여했던 것은 주로 신탁계정을 통해서였다. 신탁에 들어온 돈은 「실적배당형」으로 운용, 시장금리 변화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유가증권 투자에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올들어 신탁은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객이 이탈하고 있어 은행들은 그만큼 운신의 여지가 없는 상태.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걷잡을 수 없이 신탁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마당에 유가증권 신규운용을 고려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직접적이며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구조조정과 합병을 앞둔 은행의 내부 생존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합병국면에서 은행들은 일단 살아남는 데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고, 그러자면 6월말 결산에서 재무지표를 「생존수위」까지 끌어올려야한다. BIS비율·부실여신비율등은 은행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 수치. 따라서 은행들이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의해 늘어난 예금을 한계기업에 공급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삼성·LG·SK등 몇몇 우량 대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중견그룹에 대한 여신이 현시점에서는 「잠재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터여서 은행들의 자발적인 자금공급 기능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예금은 금리가 높은 「실세정기예금」이 대부분이다. 운용은 주로 부실률이 낮은 가계대출(특히 주택대출)에만 집중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중개업소를 끌어들여 마케팅에 나서면서도 기업대출은 아예 외면하고 있는 이중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신탁이 급감하는 바람에 회사채등을 사들일 돈이 떨어졌고, BIS비율을 맞추느라 대출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은행들도 이대로 자금경색이 지속돼 많은 대기업이 무너진다면 어떤 은행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기 어려운 처지에 먼저 나서려하지 않는 게 알고보면 당연하다. 자금시장 안정대책으로 제시된 10조원 규모의 채권펀드 조성도 결국 은행의 부담으로 귀착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투신이 펀드를 만들도록해 은행의 가입을 권유할 방침이었지만, 은행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모럴해저드로 비난받고 있는 투신을 믿을 수 없으며, 정부도 믿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결국 옛 채권안정기금처럼 은행에 돈을 출연시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어차피 돈은 내겠지만 일부은행은 「버티기」를 해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결국 돈을 추렴해 기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존공포에 떨고 있는 은행들을 또다시 쥐어짜야한다. 그만큼 은행들은 다른 자금출구를 막아 시장을 조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6/19 18:5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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