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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그룹, 한미銀 인수] 국내 금융시장 대변혁 예고
입력2004-02-23 00:00:00
수정
2004.02.23 00:00:00
조의준 기자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는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일대 사건`이다. `세계적인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을 인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단기 투자목적의 다른 인수ㆍ합병(M&A) 케이스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씨티은행은 프라이빗뱅킹(PB), 신용카드, 수익증권 판매 등 소비자 금융 전반에 강점을 갖고 있어 국내은행 뿐 아니라 증권ㆍ투신ㆍ카드업계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후까지 한미은행 인수를 위해 경합을 벌였던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국내시장 진출 확대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는 HSBC 등 이른바 `글로벌 플레이어(전세계적인 영업망을 갖춘 금융회사)`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씨티그룹, 소매금융 수직계열화= 씨티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금업에서 은행업까지 소매금융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2002년 일반 서민들을 대상으로 연리 40% 안팎 대출해주는 씨티파이낸셜 한국지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또 씨티은행이 앞으로 신용카드사의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소매금융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미은행의 전국적 점포망에 씨티은행의 자본력과 선진금융기법, 상품개발력이 결합할 경우 소매금융시장에서 절대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권 위기감 고조=국내 금융 기관들은 외환위기 이후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지만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 후 자본조달비용은 시중은행들에 비해 평균 0.5%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희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 우리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금융그룹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자본력”이라고 평가했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국내시장의 `빅4`들이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다. 실제로 은행장들은 이대로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최근 경쟁력 강화를 언제든 M&A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고 김정태 국민은행장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BII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아시아지역의 리딩 뱅크`라는 개념을 국민은행 경영의 `키워드`로 강조해왔다. 김승유 하나은행장 역시 대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대형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한편 씨티은행의 등장으로 국내 금융 전문인력들에 대한 재교육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무서운 것은 새로운 변화를 창출해온 뛰어난 인력 때문”이라며 “규모를 늘리기 보다는 인력개발을 통한 질적 도약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플레이어 한국진출 주목=씨티은행 이외에도 한국진출을 노리는 국제적인 은행들은 여전히 많다. 외환은행과 제일은행이 해외 펀드 소유로 있어 언제든 새로운 주인을 맞을 수 있고 하나은행도 올해 안으로 전체지분의 20%에 이르는 자사주를 매각할 것으로 보여 지분참여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 씨티은행과 끝까지 경쟁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경우 향후 5년 이내에 한국의 소매금융시장의 5%이상을 차지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워 놓고 있어 앞으로 외환은행과 제일은행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 씨티은행과 전 세계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HSBC은행도 지난해 제일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등 한국시장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도 세계 유수 은행들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만큼 금융서비스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의 국내 금융시장 지배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데 따른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내은행들의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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