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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생활안정대책 직접지원보다 ‘돈벌 환경’ 조성 역점
입력2003-05-30 00:00:00
수정
2003.05.30 00:00:00
권홍우 기자
정부가 30일 경제사회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확정한 `참여정부의 서민ㆍ중산층 생활안정대책`은 서민생활 전부문을 망라하는 것이다. 주요 시책만 89개에 달한다. 정부가 경제회생이 시급한 상태에서 다른 분야의 돈 쓸 곳도 많은데 생활안정부문에 눈길을 돌린 것은 그만큼 서민생활이 궁핍해졌다는 증거다. 서민 생활이 개선되지 않고는 소비부진이 지속되는 등 경기회복도 더딜 수 밖에 없을 만큼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판단이 이번 대책의 배경이다.
다만 서민생활 안정대책의 방향은 이전과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인기를 의식한 돈 퍼주기`라는 비난을 샀던 취로사업 등과 달리 이번에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돈을 직접 주기보다는 벌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게 대책의 근간이다. 이번 대책이 약효를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생활안정대책이 추경예산 편성과 맞물려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같은 성장기반 확충 사업과 병행될 경우 경제는 전반적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금융시장 안정, 노사평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추경예산 집행과 생활안정대책도 일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서민ㆍ중산층 생활안정대책은 금융시장을 포함하는 거시경제 전반의 종합대책이 시작되는 시발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대책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안정대책의 핵심 내용은
▲고용과
▲서민금융 내실화
▲교육비 지원
▲주거안정
▲물가 안정 등 5가지 핵심내용을 담고 있다.
◇청년 및 취업취약 계층 고용안정 대책=예전과 달리 실업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ㆍ장기적인 대책을 내 놓았다는데 점에 의미가 있다. 인위적 일자리 창출을 통한 임시방편적 실업대책을 자제하고 직업 종류별 인력양성체제 구축과 산업수요에 맞는 교육 실시 등 고용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게 골자다. 다만 아직까지 부처간의 협의와 예산배정 등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최종적인 중장기대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단기대책을 펼치면서 중장기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청년층을 위한 단기대책으로 인턴취업 지원대상 인원과 업종을 확대한다. 올해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의 인턴취업 대상인원을 당초 9,0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늘리고 대상업종도 제조업, 컴퓨터 통신업에서 모든 업종으로 확대된다. 또 1만5,0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중소벤처기업 현장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이공계 대졸 미취업자 1,000명에게 연구현장 및 산업체 연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학과편성, 학생의 진로선택이 노동시장 수요에 맞게 이뤄지도록 노동시장 전망 및 직업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수시채용, 경력자 선호 등 기업의 채용관행 변화에 맞춰 대학의 졸업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휴학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교육부와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299억원을 들여 중고령자 등 8,300명에게 간병인이나 NGO 지원사업 등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들이 정년퇴직자에게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에도 장려금을 줄 방침이다. 특히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기업들이 중고령자를 신규 고용하면 월 28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장려금 제도의 지원대상을 현행 55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낮추고 정년퇴직자를 다시 고용할 경우 1년간 월 30만원가량의 장려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 경제가 더 악화되어 실업률이 10%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에는 공공근로와 단기직업훈련 등 단기적인 실업대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서민금융지원 내실화=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지원
▲서민금융에 對韓 보호장치마련
▲서민금융지원확대라는 3가지 큰 줄기에서 추진된다. 정부는 우선 신용불량자가 갱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신용회복지원제도(개인워크아웃)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채무를 갚은 기간을 최장 5년에서 8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빚을 갚는 방법도 균등상환방식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할증상환방식을 포함시켰다. 재기의지과 능력이 있는 신용불량자를 노동부의 고용훈련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서민금융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대환대출, 즉 이전의 대출을 갚기 위한 신규대출을 활성화하는 한편 카드이용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특히 대부업 등 사금융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거나 양성화시켜 사금융이용자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법적ㆍ제도적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주택자금 및 학자금 대출도 활성화된다. 특히 한국주택저당공사가 설립돼 본격적인 최고 30년 단위의 장기 주택금융이 본격화하는 토양이 마련될 예정이다. 공사는 장기주택채권을 바탕으로 주택금융은 물론 학자금 장기 대출업무도 수행, 서민금융의 폭도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봉급생활자의 소득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근로소득 공제폭도 늘어난다. 연급여 500만∼1,500만원은 50%, 1,500만∼3,000만원은 20%로 각각 5%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을 개정안을 연내에 마련,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김영주 재경부 차관보는 “전반적인 금융시장 안정이 서민생활 안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서민금융 대책은 물론 카드채 문제를 포함한 금융시장 현안을 개선하고 현금흐름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비 지원=부동산 가격 상승과 사회적 위화감 등의 원인이 불평등한 교육여건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민ㆍ중산층에 대한 교육비 지원이 크게 확대된다. 다만 전반적인 윤곽만 잡혀 있을 뿐 구체적인 지원대상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올해 안까지 `공교육의 몰락, 사교육의 이상 비대화` 문제를 근원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교육비경감대책`이 마련될 예정이다. 방과후 학교시설을 활용한 과외욕구 흡수방안과 예체능과 컴퓨터 등 특기ㆍ적성교육 확대가 주내용이다. 이번 대책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촌이나 서울 강북, 지방도시 등에 외국어고등학교와 과학고 등 특목고를 설립, 지역명문으로 키우는 방안도 장기과제로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은 교육과 입시제도의 근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밖에 만 5세아동 무상교육 지원의 연차적 확대와 유치원 종일반 운영 확대, 저소득층 자년 교육비 지원 증액 등도 장기과제다.
당장 올해안에는
▲만5세아동 무상교육비 지원율 제고(18.4%→20%)
▲저소득층 중고생 자녀 학비지원 대상 확대(16만4,000명→22만7,000명)
▲학교 급식비 지원 증액(1,135억원 투입)
▲대학 및 대학원생 학자금 융자 대상 확대(28만명→31만명)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무상장학금 및 무이자 지원 확대
▲기술계 학원 수강생 수강료 융자 등의 시책이 시행된다. 시행시기와 대상 확정은 하반기로 잡혀 있다.
◇주거안정=당장 돈 안들이고도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감시를 통한 가수요억제 정책이 시행된다. 수도권 재건축시장과 주상복합 아파트, 충청권 일대 등에 대한 특별감시체계가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올해안에 수도권 30만호를 포함한 50만호의 주택이 건설된다. 김포와 파주 신도시 후보지 확정에 이어 판교신도시는 올 하반기중 개발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5년간 50만호의 임대주택 건설, 평당 지원단가 현실화, 저소득층 밀집 노후불량주택 지역에 대한 도로 및 상ㆍ하수도 정비, 노후불량지 정비 확대 등도 서민층을 직접 수혜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주거안정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은 금융대책. 시중 자금흐름을 정상화시킬 경우 부동산 가격도 자연스레 안정돼 전반적인 경제시스템의 안정은 물론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음달 중순경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시장 종합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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