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이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 4월 통화량이 9년 만에 최고 속도로 불어났고 5월에는 더 빨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및 가계 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 등 재원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돈은 고유가 및 고환율과 함께 또 다른 물가불안 요인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4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2년 미만의 정기 예ㆍ적금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ㆍ평잔 기준)가 전년동기 대비 14.9% 급증했다. 이는 1999년 6월(16.1%) 이후 8년10개월 만의 최고 증가율이다. M2 증가율은 올 들어 1월 12.5%, 2월 13.4%, 3월 13.9% 등으로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또 2년 이상 정기 예ㆍ적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 유동성(Lfㆍ평잔)은 3월의 11.9%에서 12.7%로 올라갔다. 2003년 1월(13.1%) 이후 최고치다. 보다 넓은 의미의 통화인 광의유동성(Lㆍ말잔)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이 12.9%에서 14.6%로 껑충 뛰면서 2002년 11월(14.7%) 이후 5년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김화용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권이 은행채ㆍ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등 대출재원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4월 유동성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4월 기업대출은 대기업의 경우 전달보다 9,000억원 증가한 3조5,000억원을, 중소기업은 3조2,000억원 급증한 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김 과장은 “대기업의 경우 M&A 자금마련용으로, 중소기업은 고유가에 따른 운전자금용으로 추정된다”며 “가계는 주택 관련 대출(2조4,000억원)이 전월에 비해 1조4,000억원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은행권의 재원조달 자금도 크게 증가했다. 은행채를 포함한 2년 미만 금융채가 전월(7,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났고 CD 등 시장형 상품은 9,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급증했다. 고금리 특판 영업도 적극적으로 벌여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이 3월 5조2,000억원에서 7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와중에 갈 곳을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상품에 몰리면서 MMF는 3월 5조4,000억원 감소에서 4월 4조5,000억원 증가로, 수시입출식예금은 6조7,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 증가로 전환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이 같은 폭발적인 통화량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5월 중 M2 증가율을 4월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15% 내외로 추정했다. Lf 증가율 역시 13% 내외에서 형성되며 4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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