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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자율화 부작용 없게(사설)
입력1997-12-17 00:00:00
수정
1997.12.17 00:00:00
환율이 자율화 됐다. 상하 2∼5%에서 10%로 확대됐던 환율변동폭 제한이 폐지된 것이다. 기준환율 제도는 존속되지만 사실상 자유변동환율제 시대로 들어섰다.이제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은행의 직접개입은 사라지고 시장기능에 맡겨진 것이다.
변동제한폭 폐지 첫날 환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기업과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내 놓음으로써 폭등세가 폭락세로 반전됐다. 금리가 안정되고 주가도 올라 종합지수 4백선을 회복했다. 일단은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자율화는 국제통화기금(IMF)요구조건으로 정부가 IMF조건을 이행하고 있다는 확실한 가시적 조치중 하나다. 금리상한선을 40%로 조정한 것이나 시중은행 1개를 외국인이 인수토록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구제금융 조건을 분명히 실행하고 있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IMF와 국제금융시장에 보낸 것이다. 따라서 대외신인도 제고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IMF체제 아래서 우리 경제정책의 방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환율자율화 효과는 긍정·부정적인 양면성이 있다. 환율의 오르 내림이 시장기능에 맡겨졌기 때문에 외환수급이 원활해질 것이다. 가수요나 투기가 억제돼서 거래중단 사태가 사라질 것이고 적정선 유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환율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바닥모르게 떨어지기도 하는 등 극과 극을 오락가락하는 춤추는 장세가 나타날 우려가 크다. 요즘같이 달러가 부족할 때는 가수요와 환투기가 극성을 부려 외환위기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환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그만큼 위험부담이 커졌다. 환율자율화를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보호벽이 걷혔기 때문이다.
환리스크 회피 기법을 터득치 못한 기업으로서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외환 수급능력이 취약하고 헤지기법을 익힌 전문가도 별로 없는 처지에서 외국의 내로라하는 투기꾼들과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맞았다. 자칫 우리 외환시장이 외국 거대자본과 전문가들의 투기장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 불안스럽게 하는 것은 IMF권고를 받아들여 변동 또는 자유환율제도로 이행한 동남아 국가들이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그같은 전례를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고 이제 후퇴할 수도 없다.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도입초기에 일어날 수 있는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응노력이 필요하다. 적정 환율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달러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고 필요하면 적기에 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안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폭등은 외환위기를 부르고 폭락은 수출에 악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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