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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43주년] (특별초대석) 고건 국무총리
입력2003-08-03 00:00:00
수정
2003.08.03 00:00:00
김민열 기자
고건 국무총리는 “하반기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겠다”며 “이달 부터 외국인 투자촉진방안 등 규제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총리는 3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43주년을 맞아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하고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력 피력했다.
고 총리는 경기회복 시점에 대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연간 3%중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문제에 대해 고 총리는 “지방으로 가면 정말 안 되는 것인지 따져본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총리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선 유리한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내년부터 검토해야 될 중장기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참여정부가 출범 6개월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정운영에 대해 아직까지 국민들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출범 6개월을 맞는 새 정부를 총리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새 정부는 태생적으로 많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6개월 전에는 북한 핵 문제가 위기 국면에 치달았고 한미관계는 역사상 가장 불편했습니다. 또 이라크 전쟁과 세계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비롯해 전 정부로 물러 받은 SK글로벌 문제, 카드채, 새만금 국책사업 같은 해묵은 사회갈등 현안이 20가지 이상 됐습니다. 여기에 탈 권위주의적인 신 정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동시 다발적으로 집단행동이 분출되기도 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바라지 않지만 6개월 전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성과가 있습니다. 우선 한미동맹 관계가 복원됐으며 북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외교의 틀을 구축했습니다. 노사갈등 문제도 어느 정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참여정부는 지난달부터 지방분권, 신행정수도 건설, 행정혁신 등 중장기 국가비전에 대한 로드맵을 본격적으로 추진중입니다. 앞으로 내각 통할과 국정조정에 더욱 노력해서 참여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습니다.
-출범 후 국정혼란 및 위기상황에 대한 지적을 수습하기 위해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내각장악 의지를 보이셨는데 보완할 점은 없습니까. 또 실질적으로 내각을 장악할 수 있는 인사권 등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작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계속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는 우리사회의 왜곡된 병폐인 `선파업, 후타협` 문화를 고쳐나가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노사 자율에 의한 대화와 타협이 너무 부각되다 보니 법과 질서는 잘 안 보인다며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권력 투입의 3대 원칙을 세워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인사권과 관련해서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을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행사할 방침입니다. 최근 농림부장관 임명때에도 제청권을 문서로 행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내각 구성에 있어 실질적인 인사협의 등 인사제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예정입니다.
-최근 정부가 국내외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 세금혜택 등 대대적인 투자 유인책을 담은 하반기 경제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기업들의 투자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좋지만 서민ㆍ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정부가 말한대로 연말에는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보십니까.
▲연말에는 상반기보다는 낳아질 것이고 내년에는 경기가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근 노무라 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동아시아 경제가 내년에 활성화되고,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5.9%로 전망했습니다. 꼭 노무라 연구소 발표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경제를 억눌러 왔던 요인들이 많이 호전되고 있습니다. 북 핵 문제의 리스크가 상당히 호전됐으며 금융시장의 불안, 노사갈등 등 여러 가지 호전요인이 있습니다. 또 세계 경제도 하반기에 완만하지만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특히 정부가 추경을 해서 3ㆍ4분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할 경우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주요 경제지표도 괜찮습니다. 물가, 부동산시장, 국제수지 등이 안정되고 있고 경기 선행적인 주가도 상승하는 등 조만간 경제 회복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대책이 효과를 보일 경우 금년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금년 1ㆍ4분기가 3.7%였고 2ㆍ4분기가 2%대 중반성장률로 현재 2분기 연속, 전 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추경 집행이 있는데다 임시 투자세액 공제율 확대화 조치 등 경제 활성화 대책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경기가 상당히 저점(바닥)에 가까이 왔다고 생각되므로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럴 경우 전반적으로 3%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울러 추경확대나 투자금 세액공제 외에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저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은 아니고 중기적인 과제입니다. 특히 동남아 경쟁국들이 투자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 상황이여서 우리도 보다 유리한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중기적으로 검토해 나갈 과제입니다. 앞으로는 근로소득세의 경감이라든지 세제 전체의 형평을 고려한 종합적인 세제개편을 통해서 중기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검토해야 됩니다. 다만 지난 2001년에 법인세율을 28%(과표1억 미만의 경우 16%에서 15%)에서 27%로 인하한 적이 있습니다. 이같은 법인세율 인하가 성장잠재력 배양을 위한 투자활성화와 국민소득 증대에 어떤 효과를 미쳤는지 면밀히 분석해 본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점진적으로 검토ㆍ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소득 1인당 2만달러 시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총리가 비전을 갖고 현장 방문을 통해 의욕고취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시스템적인 개선에 역점을 두고 왔습니다. 앞으로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두려면 현장에 자주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현장에 나가면 으레 사진 찍으러 가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사진 안 찍는 현장에는 많이 나갔습니다. 호프집에도 가보고 주말에 슬며시 재래 시장에 가서 물건도 사 봤습니다. 중산층, 서민들이 지표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중소기업 현장을 위주로 자주 찾아보겠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이 노조문제, 관세혜택 등을 들어 생산거점을 줄줄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무엇입니까.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좌우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정부가 획기적인 개혁을 해나가겠습니다. 우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토지이용 등 기업활동과 관련한 6대 전략 규제개혁 과제를 설정해 경쟁국 수준이상의 기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규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 중입니다. 우선 급한대로 하반기에 필요한 세제ㆍ금융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적극적으로 제고하겠습니다. 이와함께 지속적으로 노사가 대결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생하는 생산적인 `신 노사문화`를 창출함으로써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을 없애 나가겠습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경우 증설한도 소진으로 신규투자가 어려운 상황인데 총리의 기본 입장은 무엇입니까.
▲LG필립스 LCD의 공장 설립 문제가 제기됐을 때 국무회의에서 두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하나는 공장입지가 수도권이냐 지방이냐에 대해서는 수도권은 억제하고 지방을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공장부지가 수도권이냐 해외냐의 문제는 수도권에 예외적인 입지선정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LG필립스는 10조원(100억불)에 해당하는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어서 허용했습니다. 다만 과거 준농림지역 처럼 규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을 전국적으로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 기흥전자 증설문제 역시 조금만 더 지방으로 가면 정말 안 되는 것인지 따져본 뒤 결정될 것입니다.
-총리께서 취임이후 양적인 규제완화 차원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기업 활동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히셨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핵심규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진행사항은 어떻습니까.
▲지난 97년 총리 취임 후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규제개혁입니다. 민간인 중심의 규제개혁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규제개혁 기본법을 입법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양적으로는 절반으로 줄였으나 기업들은 아직 규제가 많다고 합니다. 그것은 핵심규제, 덩어리 규제가 해결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질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현행 규제개혁위원회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위원회`가 될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기업활동 촉진에 역점을 두고 10대 전략과제 중 6대 전략 과제를 기업 활동에 관련한 것으로 선정해 추진 중입니다. 8월부터는 외국인 투자촉진방안 등 구체적인 규제개혁 대안들이 제시될 것입니다.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럽식의 노조 경영 참여제도를 직도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문화와 유럽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 맞는 노사협력 모델이 모색되고 정착돼야 합니다. 다만 노사문제가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해결을 못하고 자꾸 사회문제로 커질때는 사회적인 합의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소위 네델란드의 폴더 모델은 노조의 제한적인 경영참여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노사정이 함께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인 합의 시스템입니다. 노조의 경영참여 문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경영방향에 대해 협의해 나가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경제 독자에게 총리께서 평소 임기 중 이것만은 꼭 이루겠다고 생각하신 정책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세가지 만은 꼭 하겠습니다. 첫째는 규제개혁 열심히 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상대국을 벤치마킹 해 OECD 수준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사회갈등 조정시스템을 정착시키겠습니다. 악역이지만 시어머니 노릇을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신 노사문화를 구축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2만달러 시대 진입을 위해서 국정운영시스템을 21세기에 맞게 전반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투명한 행정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청렴도 순위를 10년 이내에 세계선진국 수준인 10위 권으로 올리겠습니다.
고건 총리 약력
▲1938년 서울 출생
▲경기고(1956)ㆍ서울대 정치학과(정치학ㆍ도시계획학 석사)
▲서울대 총학생회장(1959)
▲고등고시 행정과(1961)
▲내무부 새마을 담당관(1973)
▲전남도지사(1975~79)
▲청와대 정무2수석ㆍ정무수석비서관(1979~80)
▲교통부장관(1981)
▲농수산부장관(1981~82)
▲12대 국회의원(1985~88)
▲내무부장관(1987)
▲서울시장(관선 1988~90, 민선 1998~2002)
▲명지대 총장(1994~97)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19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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