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9년 7월15일, 알렉산드리아 북동쪽 56㎞ 지점 알 라시드. 진지작업 중이던 프랑스군이 캐낸 760㎏짜리 돌덩어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알 수 없는 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 고대사를 복원한 결정적 계기가 발견된 순간이다. 높이 114.4㎝, 폭 72.3㎝, 두께 27.9㎝ 크기만 남은 돌에 각인된 문자는 상형문자와 이집트 민간문자, 고대 그리스어 등 세 가지. 그리스어를 통해 기원전 196년 신관들이 프톨레마이오스 5세(당시 13세)에 대한 칭송을 돌에 새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집트어 부분. 아무도 해독하지 못했으나 7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독일어 문법체계를 보름 만에 익혔다는 언어의 천재 샹폴리옹(프랑스)에 의해 1822년에서야 난제가 풀렸다. 상형문자가 소리(표음)문자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다른 문헌과의 비교를 통해 상형문자 알파벳을 찾아내고 로제타 스톤을 완전히 해독하는 개가를 올렸다. 샹폴리옹은 1832년 42세 나이로 사망했으나 그가 찾아낸 상형문자 체계는 잊혀졌던 고대 이집트를 되살렸다. 391년 로마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비기독교 사원을 봉쇄한 후 맥이 끊긴 옛 문명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로제타 스톤의 현재 위치는 대영박물관 입구. 영국은 알렉산드리아 전투(1802년)에서 승리하며 프랑스가 약탈한 모든 유품을 가로챘다. 이집트는 2003년 반환을 요구했으나 영국은 복제품만 보낸 채 버티고 있다. 최근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ㆍ러시아ㆍ이탈리아 등 문화재를 약탈 당한 25개국은 공동보조에 나섰다. 약탈국과 피탈국 간의 갈등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전통적 경제강국과 신흥국의 대립구도이기 때문이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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