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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낮춰 잡았지만 이는 예정됐던 부분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말 올 성장률을 추계한 후 연말 미국 경제의 성장률 등이 다소 내려갔고 이 부분을 반영할 경우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는 성장률 하향 조정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한은 역시 끝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에 따른 교역 감소가 이어지고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성장률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은은 우리 경제가 추세적으로는 '경기의 저점'을 찍고 상승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하반기에는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를 넘어서는 등 장기추세성장률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 부진+국제유가 상승이 성장률 낮춰=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김상기 조사총괄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번에 올 성장률을 하향한 것도 수출의존도가 유독 높은 우리 경제의 현실 때문이다. 현재 주요 국제금융기관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3.3~3.4%대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보다 0.2~0.3%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세계경제 부진에 따른 교역량 감소는 우리나라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은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해 265억달러보다 크게 낮은 145억달러로 잡은 것은 이런 고민의 흔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지난해 12월 발표된 당초 전망치인 130억달러보다는 많지만 이는 환율 상승 등에 따른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드는 반사효과에 불과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민간소비도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보다 고용이 늘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증가하겠지만 유가 상승이 가계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설비투자는 정보통신(IT) 부문의 호조로 당초 예상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기존 3.3%에서 3.2%로 하향 조정된 것은 무상시리즈 효과가 결정적이었다. 이재랑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올해 유가(두바이유)가 지난해보다 높은 배럴당 110달러 후반대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유가 상승을 상쇄하고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추세적' 회복 국면 들어서=하지만 한은은 우리 경제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낙관했다. 한은은 지난해 4ㆍ4분기 0.3%에 머물렀던 전기 대비 성장률이 올해 상반기에는 1% 안팎으로 상승한 뒤 하반기에는 1%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팀장은 "경기가 회복되는지 또는 둔화되는지를 판단할 때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더 중요하다"며 "유로존 국가채무 문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국내 고용이 늘어나면서 국내 경기는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도 무상시리즈 효과에 힙입어 공급 측면의 상승압력이 낮아져 내년에는 3% 초반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다만 4%안팎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기대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수요 측면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올해 2.6%로 낮아졌다 내년에는 3.2%로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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