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맛 측정단위를 둘러싸고 경쟁업체인 CJ제일제당과 대상간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한식 세계화 작업의 일환으로 양사가 공동으로 '매운맛의 5단계 등급화' 연구에 나섰는데 최근 매운 맛 측정 단위를 두고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지난 4월부터 공동으로 한국식품연구원과 손잡고 진행한 '매운맛의 5단계 등급화' 연구를 끝마치고 고추장 매운맛을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등급화해 발표했다. 오는 8월부터 CJ제일제당의 해찬들 고추장과 대상의 청정원 순창고추장제품에는 순한 맛(Mild), 약간 매운 맛(Slightly Hot), 보통 매운 맛(Medium Hot), 매운 맛(Very Hot), 매우 매운 맛(Extremely Hot)으로 세분화돼 표기된다. 하지만 양 사는 최근 매운 맛 등급의 글로벌화 작업 차원에서 측정 단위를 서로 합의, 사용키로 했는데 상대방에서 먼저 이를 파기했다고 비난하며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즉 CJ제일제당은 스코빌 단위(SHU, Scoville Heat Unit)의 사용을, 대상은 ppm(mg/kg)을 주장하고 있는 것. CJ제일제당 측은 "스코빌 단위가 타바스코 등 글로벌 핫소스들에 통용되는 전세계적인 매운맛 단위이기 때문에 스코빌 단위의 사용이 맞다"고 주장한다. 스코빌단위는 제품 1kg 당 함유된 캡사이신 성분의 양(mg)에 15를 곱한 수치다. CJ제일제당 측은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는 기준도 '스코빌'이다"며 "합의를 깨뜨린 적도 없고, 합의가 깨진 이상 스코빌을 단독이라도 밀고 나가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대상 측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ppm을 사용하기에 실질적인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ppm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pm은 고추장에 포함된 캡사이신 성분을 100만분의 1단위로 표시한 수치. 특히 대상은 스코빌 단위가 미주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위로 지역이 국한적이며, 한국에 들어온 타바스코소스 중에 이를 표기한 제품은 거의 없다고 반박한다. 대상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합의도 없이 먼저 스코빌을 밀고 나왔다"며 "자사의 쌀고추장 신제품이 이슈화 되는 걸 희석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에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 사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단위 하나로 서로 네거티브 선전을 펼치며 각 자의 길로 가는 것은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미리 기준 정립을 해줬으면 글로벌 마케팅화에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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