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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운영/이상수 국회의원(로터리)

외무부 문서변조사건을 변론할 때의 일이다.검찰 고위간부를 만나 모처럼 서로가 격의 없는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화제가 검찰의 중립성 문제로까지 옮아가게 되었다. 검찰이 왜 요즈음 그렇게 청와대의 눈치만 보느냐고 묻자, 그 간부는 상당히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야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지만 대통령이 모든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현행 제도하에서 검찰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느냐. 당신들도 현재 총재가 시키는 대로 밖에 할 수 없지 않는냐. 우리에게 중립적인 수사를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공정한 인사가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부터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작 검찰제도를 고치자고 구성된 국회제도개선특위에서 여당은 『운영이 문제지 제도가 문제냐』고 하면서 현재의 제도하에서도 운영만 잘하면 별 문제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제도보다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때는 그 운영자의 자의를 막을 수 있도록 더 정치한 법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제도를 통해 운영자의 의식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모든 부분집단이 자율성을 갖고 자기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이 지나치게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모두가 청와대만 바라보는 사회에서 자율과 책임, 나아가 창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최근 안경사협회 뇌물수수사건과 관련, 특정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조사 한번 하지 않고 죄가 안된다고 수사를 종결하는 검찰의 태도, 대선을 겨냥해 여권의 당정개편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기사를 보도했다가 대통령의 격노가 실린 정정보도 요구 한마디에 방송이 쉽게 정부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검찰, 방송제도하에서는 검찰이나 방송의 중립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검찰, 방송을 정권의 유지나 연장의 도구로 삼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검찰, 방송에 관한 제도개선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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