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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과거 소득 자료로 고금리 횡포… 서비스 빙자한 꼼수

[신용대출 만기연장의 함정] <br>"자동 연장땐 방문보다 높은 게 당연" 은행들 편의 내세워 궁색한 주장<br>당국, 시행 5년 넘도록 실태 몰라… 고객피해 최소화 대책 서둘러야




알고보니 충격적인 은행들의 추악한 실체
[심층진단] 과거 소득 자료로 고금리 횡포… 서비스 빙자한 꼼수[신용대출 만기연장의 함정] "자동 연장땐 방문보다 높은 게 당연" 은행들 편의 내세워 궁색한 주장당국, 시행 5년 넘도록 실태 몰라… 고객피해 최소화 대책 서둘러야

이유미기자 yium@sed.co.kr































직장인 한영훈(32)씨는 평소 비상금처럼 이용하고 있던 마이너스대출 통장의 만기를 앞두고 최근 거래 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1년에 한 번씩 전화 한 통으로 신용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였다.

기존에 연 7.49%로 마이너스대출 통장을 이용하고 있던 한씨는 최근 기준금리가 내려가며 내심 신용대출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래은행 콜센터 직원은 한씨에게 '가산금리 일부 인상 요인이 있다'며 연 7.96%의 금리가 적용될 거라고 말해줬다.

그동안 별도로 부채가 증가하거나 신용도 하락 요인이 없었던 한씨. 당황한 마음에 최초로 마이너스대출 통장을 개설했던 영업점을 찾아가 따졌더니 영업점 직원은 한씨에게 놀라운 말을 건네줬다. 콜센터 자동만기 연장을 통해 신용대출을 갱신하는 것이 만기 때마다 직접 영업점을 찾아가는 것보다 금리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은 최대 5년 동안 1년 단위로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별도의 소득이나 자산과 관련한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고객이 최초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제출했던 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기반으로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당연히 현재 고객의 소득 수준이나 자산상황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발생한다.

동일인이 영업점에서 신용대출을 연장하는 경우와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최저 0.5%포인트에서 많게는 1%포인트까지 금리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들이 이른바 고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5~6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도입한 신용대출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가 기존 거래 고객들에게 되레 높은 금리를 책정하는 창구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거나 거래 고객의 신용도가 올라도 각종 가산금리를 이유로 고금리를 책정해오던 시중은행들이 이제는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신용대출 고금리 현상을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로 포장된 고금리 책정 구조=이러한 신용대출 자동만기 연장의 역설은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씨의 사례처럼 은행에서 수년 동안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조차도 자동만기연장 서비스가 지니고 있는 고금리 구조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시중은행들이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를 '영업점 방문 없이도 대출만기 연장이 가능한 고객들을 위한 편리한 서비스'라고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콜센터 직원은 "신용대출 만기일을 잊고 지내는 고객들도 많아 만기가 임박해 전화로 연장해주겠다고 하면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바로 대출만기를 연장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 시중은행들마다 금리를 비교해가며 대출을 갱신하는 고객도 드물다. 기존 거래 은행에서 대출을 연장 받을 경우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기존 고객들이 봉처럼 은행의 금리 횡포에 휘둘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임금이나 자산이 증가한 고객 중 일부는 대출 만기에 영업점을 찾아오면 이를 금리산출 시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자동만기연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전화로 간편하게 만기를 연장하는 만큼 (영업점 방문 고객보다) 높은 금리가 책정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만기연장 고객 찬밥 취급하는 은행의 이기심=하지만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가 탄생하게 됐던 배경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며 시중은행들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은 대량의 인력 구조조정을 수반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시중은행들은 저비용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인력확충에는 보수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 결과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책임자 및 일반행원 숫자는 1995년 9만5,792명에서 2010년 7만3,719명으로 23%가 넘게 감소했다.

반면 은행 상품과 업무는 더욱 복잡화하고 세분화를 맞으며 탄생한 것이 바로 은행 업무의 전산화이다. 2005~2006년 사이 확산된 은행 업무의 전산화 바람은 인건비 확대 없이 넘쳐나는 업무를 커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신용대출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도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서비스이다.

1년 내내 신규 대출 캠페인에 매달리는 일선 영업창구에서 사실상 만기연장 고객까지 취급할 여유가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을 취급하기도 벅찰 정도로 업무가 넘쳐나 신용대출 만기 연장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콜센터 자동만기 연장을 유도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신규대출 유치 시에는 각종 미끼금리를 제시하며 공을 들이던 시중은행들이 기존 고객들은 찬밥 취급하는 야속한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 정작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신용대출 만기연장 서비스의 존재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그런 제도가 존재하는지 몰랐다"며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금융감독당국의 무관심으로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가 사실상 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은행들이 고금리 창구로 악용하고 있었던 게 현실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밥숟가락 숫자까지 꿰고 있어야 할 금융감독당국이 시행한 지 5년이 넘은 자동만기 연장 서비스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지금이라도 불합리한 금리책정 구조를 바로잡아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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