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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벤처]<中>방향타 잃은 벤처정책

설익은 육성책이 禍부른다"요즘 터지고 있는 벤처비리는 어쩌면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벤처는 많은데 이들이 투자를 받거나 홍보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중소기업청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비공개로 개최한 1차 벤처간담회에 참석했던 L 사장이 한 얘기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무분별한 벤처 육성이 도리어 이들에게 칼날로 돌아왔다는 주장이다. 사실 그동안 벤처정책의 핵심은 많은 기업을 벤처로 '확인'시켜주는 데 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정부에서 밝힌 '2002년까지 벤처기업 2만개 육성' 계획은 벤처정책의 허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달 700개 이상의 기업이 새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 벤처 붐이 절정에 달했을 때인 지난 2000년 초 월평균 확인업체수가 500여개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지금은 벤처 거품이 꺼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가 얼마나 과장된 것인가 알 수 있다. 이런 정책은 각 부서별로 벤처지원책을 이중, 삼중으로 쏟아내게 하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벤처 관련 법령, 또는 지원대책을 마련한 곳은 중기청ㆍ산업자원부ㆍ정보통신부로부터 병무청ㆍ국세청에 이르기까지 14개 부처에 달하며 측면지원을 하는 기획예산처ㆍ중소기업특별위원회까지 포함하면 16곳이나 된다. 결국 단시간 내에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한 정책으로 인해 벤처기업이 무더기로 양산돼왔고 이 과정에서 당연한 결과로 무리수가 등장하게 됐다. '3만개 IT화 기업 육성'은 해당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를 위한 정책이 돼버렸고 프라이머리CBO와 CLO 등 각종 지원정책은 벤처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독약으로 작용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책 당국이 이런 부작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거나 애써 축소 해석하려는 데 있다. 최근 정부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개선안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해 12월28일 국무조정실 정책조정위원회에서는 '벤처정책 육성정책 평가' 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내린 결론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것이었다. 확인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인프라에 대해서는 '시장기능이 형성되는 분야'에만 한정해 권한이양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원성 시책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것이 이날 회의의 골자였다. 결국 양적인 성장전략은 그대로 유지하되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문만 한정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벤처정책 개선안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협중앙회의 초청강연에서 이한동 총리가 "사이비 벤처는 발본색원하겠지만 벤처정책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나 중기청에서 벤처확인제도를 폐지하는 문제에 대해 '벤처를 없애자는 얘기냐'며 강한 비판입장을 보인 것 등은 정부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문제를 개인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벤처의 문제는 부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양적 성장전략에 매달려온 데서 나타난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며 정부가 벤처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특히 이번 개각의 면면을 볼 때 획기적인 개선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송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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