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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포커스] 美는 로마제국과 다르다
입력2002-10-01 00:00:00
수정
2002.10.01 00:00:00
영국의 채널4 TV가 로마 제국을 주제로 한 시리즈물을 방영한 후 미국과 로마를 비교하는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미국에서도 지난해 9월 테러 공격을 당한후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로마나' 사이에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사용언어가 세계어이고, 다양한 민족과 인종을 포용하고 있는 점에서 미국과 로마제국은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미국은 제국주의는 아니다. 제국주의는 식민지 또는 준식민지에 모국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한다.
제국주의는 군대를 파견해 반란을 진압하고, 위임통치자를 마음대로 교체하며 통치를 강화한다. 미국은 이런 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일수는 있지만, 제국주의로 분류될 수 없다.
예를들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끊임없는 유혈충돌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은 양자간 대화를 중재할 뿐, 전쟁과 테러를 종식시킬 힘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조셉 나이 학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하드 파워'의 사용을 지양하고, 문화와 이념등 '소프트 파워'로 많은 나라를 설득함으로써 세계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초강대국이면서도 모든 국제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힘을 보유하지 못하는 패러독스를 설명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한때 친미 정권이었고,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훈련을 받았지만 반미로 돌아섰다. 그러나 반미주의자인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시장 경제를 도입하고,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며칠전에 의회에 제출한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에 위협을 줄 나라를 선제공격하며, 우방국의 지지가 없을땐 단독으로 군사행동에 들어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마제국은 군사력으로 대외 문제를 해결했고, 저항이 거세지면서 더 많은 무력을 유지하려다 그 한계점에서 무너졌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로마제국과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로마제국을 닮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대영제국의 '팍스 브리태니카'는 200년 지속됐다. 아직 100년이 안된 '팍스 아메리카나'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국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여부보다 얼마나 부드럽게 세계를 포용하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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