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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인프라 시장 연700조… '코리아 머니' 선제적 사업 발굴을

[글로벌 자본전쟁, 한국의 길을 찾는다] <3> AIIB시대 주도권을 잡아라


저금리·저성장·저수익… 3低 극복 새 투자처 부상

금융기관 자금지원 돕고 기업 도로·철도 등 중심

中서부 대개발 참여땐 '제2 중국 붐' 가능성

"국내 업체 수주 돕자"… 정부 '코리안패키지' 가동


지난 15일 상하이 주중 한국 총영사관에서 열린 상반기 무역포럼에는 평소보다 많은 약 150명이 몰렸다. 대기업 임원을 비롯해 정책금융기관과 민간금융회사 관계자, 대학교수 등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것은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주제 발표였다. 참석자들은 주제 발표로 나선 장쥔(張軍) 푸단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언을 꼼꼼히 메모했다. 강승준 상하이 재경관은 "AIIB 관련 인프라 사업은 초기부터 뛰어들어야 지속적인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도로·철도·항만 등 건설 및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금융기관들이 자금 조달의 윤활유 역할 하면 제2의 중국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IB 출범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인프라 시장이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 사업 필요 재원은 총 8조달러(약 8,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범위를 더욱 넓히면 2030년까지 글로벌 인프라 투자 수요는 57조달러까지 치솟는다. 저금리·저성장·저수익의 3저(低)를 극복하기 위해 대체투자처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 글로벌 인프라 시장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이 분야에서 자금 공급을 주도해왔던 유럽계 글로벌 투자은행들(IB)이 경기침체와 그리스 사태 여파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점은 호재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박사는 "AIIB 설립은 전 세계적으로 논의 단계에 머물렀던 글로벌 인프라 투자 테마의 실행을 촉진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기관들도 AIIB 출범과 유럽계 IB의 디레버리징으로 생긴 틈새시장 공략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해외 인프라 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IB 출범을 맞아 아시아 및 글로벌 인프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각국의 경쟁은 벌써 시작됐다. 서방국가 중 가장 먼저 중국 주도의 AIIB 가입을 선언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재선 후 첫 해외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했다. 그는 이번 순방길에서 인도네시아에 수출 보증 형태로 10억파운드(1조8,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금융 지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동남아와 통상교역을 확대하는 한편 AIIB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활발해질 인프라 수주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다. AIIB에 자극받은 ADB와 세계은행(WB)도 인프라 투자 규모와 민간 금융기관 참여를 늘리고 대출 결정 기간도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3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3,150억유로 규모의 유럽전략투자펀드(EFSI)를 올해 말까지 조성해 4년간 항공·철도 등 인프라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 역시 AIIB가 발주한 사업의 국내 기업 수주를 돕기 위한 협의체인 '코리안 패키지'를 가동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 당국이 보험사의 해외 SOC 투자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보험사 및 자산운용 업계의 글로벌 인프라 투자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 산출 시 해외 SOC 투자에 대한 실질 위험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 제도상 보험사가 국내 SOC 사업에 투자할 경우 6%(정부 보증 시 0%) 수준의 위험계수를 적용받지만 해외 SOC 투자의 경우 일괄적으로 12%를 적용받아왔다. 보험사가 투자운용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해외 인프라에 투자하고 싶어도 RBC 비율 하락 우려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 규제가 완화되면 보험사들의 장기·중수익 해외 SOC 투자 수요가 늘고 이 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 업계의 투자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도 해외 SOC 투자와 관련, 해외투자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면서 "이번 규제 완화로 AIIB 출범을 앞두고 보험사와 자산운용사의 활동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간 투자자들도 펀드를 통해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해외건설집합투자기구'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자산운용사들에는 기회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개별 인프라 사업 프로젝트의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수익을 얻는 전략을 써볼 만하다. 예를 들어 AIIB 자금과 국내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건설되는 발전소의 향후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ABS를 발행, 유통시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실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SOC 시장에서는 사업 주체인 특수목적법인(SPC)의 수익을 담보로 ABS를 발행·유통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전시덕 수출입은행 복합금융팀장은 "빈곤 퇴치, 교육, 환경, 인프라 개발 등을 주 사업 영역으로 하는 기존 다자개발은행들과 달리 AIIB는 사업성 있는 인프라 개발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AIIB가 상업적 금융을 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본시장을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좋은 사업을 발굴, AIIB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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