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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8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지난 2009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슈퍼 추경 패키지'를 내놓았다. 수출마저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라는 돌발 악재에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 추경이라는 긴급카드를 꺼낸 것이다.
22조원 경기부양 실탄 가운데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추경 규모는 11조8,000억원. 순수 추경 액수만 놓고 보면 역대 다섯 번째 규모가 된다. 여기에 정부가 총량 범위 내에서 맘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금 3조1,000억원과 공기업 투자 2조3,000억원, 정부 출연을 통한 금융성 지원 4조5,000억원 등 10조원가량이 보강됐다. 22조원 패키지 자금 가운데 5조6,000억원은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3.8%→3.1%)에 따른 세수결손 보전에 사용된다. 이에 따라 실질 재정지출은 16조1,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재정지출의 경제적 승수를 0.5를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 돈을 100원 늘려 집행하면 국민 소득이 50원 증가한다는 의미다. 이를 토대로 22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내년 성장률은 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고용 한파도 다소 풀린다. 일자리가 12만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메르스 피해업종 지원·신규 일자리 창출에 재원 총투입=씀씀이를 들여다보면 메르스 충격을 완화하고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과 피해업종 지원에는 총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시설·장비 투자 외에도 관광·중소기업·수출업체 등 메르스로 직격탄을 맞은 피해업종 지원용도로 쓰인다. 일자리 창출에는 1조2,000억원이 배정됐다. 청년 일자리 확충과 고용안정망 강화, 취업 성공 패키지, 청년인턴제 지원 등에 사용된다.
생활밀착형 안전투자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1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경기부양 효과가 큰 인프라 사업부문에는 진주~광양철도 복선화와 성산~담양 고속도로 조기 확장공사 등에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기 부양으로는 '한계'…구조개혁 통해 경제체질 개선해야= 22조원의 재정보강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추경은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재원 투입이 아니라 경기가 경착륙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응급처방에 가깝다. 경기가 살기 위해서는 민간의 투자심리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 등 대외 악재는 점점 우리 경제의 목을 죄어오는 형국이다.
집행의 물리적 시간도 촉박하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예산을 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한 해 예산 375조원의 5%가 넘는 22조원을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 집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이번 추경은 9조원 이상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4개월 안에 집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격랑에 빠지면서 공공·금융·교육·노동 4대 분야에 대한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실장은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국회가 총선 체제에 들어가면 쉽지 않다"며 "총선 이후에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개혁 추진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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