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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心은 ‘물갈이 공천’에 입김?
입력2004-02-23 00:00:00
수정
2004.02.23 00:00:00
유성식 기자
사퇴 요구 수용, 모양새는 갖춰조건 내세워 새로운 갈등 소지도…일부 소장파 "꼼수" 의심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2일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와 대표직 사퇴를 수용함에 따라 내분사태는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 대표가 대표의 권한으로 전당대회 소집을 주도하고, 17대 총선공천까지 마무리한 뒤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꼬리를 달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우선 최 대표가 사퇴선언으로 사태 수습의 기본 전제는 충족됐다. 최 대표의 퇴진은 일부 영남권 의원을 제외한 절대 다수 의원들의 요구였다. 때문에 적어도 사퇴거부로 인한 분당 위기는 벗어난 셈이다.
이와 함께 최 대표가 전당대회를 수습의 해법으로 못박음으로써 이후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예상됐던 각 세력의 논란과 갈등도 상당부분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당내 지역별, 선수(選數)별 모임은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출범, 당원 대표자회의에서 과도(過渡) 지도체제 구성, 선대위 조기 발족 등 백가쟁명식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엔 각기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절충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대로는 공멸”이라는 극도의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 수도권 초ㆍ재선 의원들은 지도부의 혁신적 물갈이를 위한 전당대회를 선호하는 반면 지역구 사정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영남 의원들은 심각한 후 폭풍이 우려되는 전당대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의원들의 계산도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최 대표가 대표직을 담보로 전당대회 추진을 천명함으로써 전당대회에 부정적이던 세력도 이를 마냥 거부하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다만 최 대표가 전당대회까지 행정적 지원을 하는 명목상 대표가 아닌 실질적 대표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공천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최 대표의 즉각 사퇴를 주장했던 소장파 의원들은 “이건 무조건 항복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언가 꼼수가 있는 것 같다”고 경계하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최 대표는 우리의 선(先) 사퇴 요구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에 자신과 가까운 의원을 내세워 당선시키거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해 친최(親崔) 성향 인사를 대거 심으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최 대표가 이날 결단이 당내 반최(反崔) 진영의 압력과 무관함을 누차 강조한 대목도 심상치 않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수사(修辭)의 수준을 넘어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 재기를 도모하겠다는 의지표명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는 “전당대회는 타협과 양보가 있을 수 없는 확고한 방침”이라고도 했다.
최 대표의 진짜 의도는 전당대회 준비가 본격화하면서 차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겠다는 최 대표를 무조건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게 반최 세력의 처지이다.
총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대표를 바꾸는, 헌정사상 초유의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앞길은 아직 안개 속이다.
<유성식 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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