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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가장 먼저 꽂아야" 아슬아슬했던 시간싸움
입력2005-09-01 21:43:08
수정
2005.09.01 21:43:08
숨가빳던 연구 역정
김현탁 박사가 ‘모트 절연체’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외길 인생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부터. 부산대 물리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김 박사는 86년 ‘고온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이후 새로이 조명받기 시작한 모트 절연체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그는 곧장 일본으로 건너가 쓰꾸바 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모트 절연체와의 힘겨운 씨름을 시작했다. 그러나 반세기 가까이 풀리지 않은 난제가 쉽게 풀릴 리는 없었다. 마침내 지난 98년 전환점이 찾아왔다. 풍부한 실험 인프라를 갖춘 ETRI에 합류하면서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된 것.
김 박사는 2003년 마침내 모트 절연체가 구조변화 없이 금속으로 변하는 현상을 관측,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모트의 예언이 반세기만에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고온 초전도 현상 발견 이후 세계 곳곳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상황이라 김 박사팀은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판단했다. 밤을 새우며 실험 결과를 정리해 논문을 쓴 뒤 그 해 3월25일 인터넷에 게재했다. 저명 과학저널의 기나긴 심사를 기다려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미개척의 광활한 땅에 우리가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며 당시의 벅찬 감격을 회상했다.
그 후 김 박사팀은 연구를 보완한 끝에 2004년 5월과 올 6월 세계 최고 권위의 물리학 저널 2곳에 논문을 게재했다. 스웨덴과 일본의 연구진이 올 1월과 3월 각각 유사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그들은 ‘기억되지 않는 2등’일 뿐이었다.
/김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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