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건강 문제가 제기된 후 처음으로 증시가 열린 지난 12일부터 5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113억원어치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1,660억원)를 포함해 모두 4,721억원을 순매수해 지난해 10월23일 이후 7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생명(032830)도 이날 2,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이 회장 건강 문제가 삼성그룹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외국인은 사업구조 개편 가속화에 무게를 두고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사업구조 개편은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 변화와 사업구조 개편이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성그룹 계열사는 한국 투자자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시장 심리가 호전되면서 삼성 계열사로부터 시작된 긍정적 요인들이 대형주 전체는 물론 코스피 상승까지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글로벌 투자를 이끌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은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의 주주배당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61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보유액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 사후 투자자들의 요구로 배당금을 올렸고 자사주 매입 규모도 당초 계획에 300억달러를 더해 900억달러로 확대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변화와 함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주주환원 정책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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