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가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러시아·인도 등 브릭스(BRICs)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는 이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 증시는 지난 4월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연초 이후 -6.7%의 수익률로 여전히 부진하다. 같은 기간 중국 본토 증시가 50%가량 상승하면서 7년 사이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는 온도 차이가 많이 난다. 브라질 증시의 부진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락 △헤알화 약세 △국내 총생산의 60%를 차지하는 과도한 부채 △경제 개혁을 둘러싼 불안정한 정치 상황 등 다양한 대·내외적 요인에 기인한다.
아울러 최대 국영 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비리 스캔들도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브라질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브라질 증시는 지난 4월 말을 전후로 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헤알화도 바닥을 찍고 반등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주요 기업 신용등급 강등 이슈도 완화됐으며 예상치 못한 충격을 가져다준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도 일단락됐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브라질 경제와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원유와 철광석 가격이 20% 가량 반등하면서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상반기 대비 낮은 가격 수준인데다, 부진한 글로벌 경제 회복속도를 고려할 때 현재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부진한 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올해 브라질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3%에서 -1.0%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환율 시장도 우호적이지 않다. 헤알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돼 시장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연초 이후 16% 가량 떨어진 헤알화 가치는 물가 상승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추가적인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중국과 달리 경기를 살리는 것보다 개혁과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브라질 정부의 태도도 당분간 브라질 경제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 약세와 치솟는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12.75%에서 13.25%로 0.5%포인트 재인상했다. 호세프 2기 정부의 조아킴 레비 신임 재무장관도 브라질 경제를 회복 시키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개혁과 긴축 재정 실행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브라질 정부는 올해 정부 예산에서 699억 헤알(약 25조원)의 지출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정부 보조금 축소, 사회복지 비용의 효과적인 지출과 증세 등을 통해 경제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경제 구조개혁은 브라질 경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 바람직하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에서 브라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글로벌 신흥국 증시의 호조에 그 동안 내리막을 이어온 브라질의 반등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의 핵심은 경제 구조개혁 진전 여부에 있다.
이를 전제로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환율이 안정화돼야 한다. 일시적인 반등이 아닌 글로벌 수요회복이 동반되면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야 한다. 이런 요인들이 충분히 확인되기 전까지 브라질 증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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