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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인생걸다 '패가망신'…자살까지
입력2005-09-15 14:02:36
수정
2005.09.15 14:02:36
현금 도박사이트서 두달새 500만원 탕진 "죽어서라도…"<br>회사원 박모씨, 세달만에 5천5백여만원 날려…이혼위기 사례도
"안 해야지 하면서도 잃은 돈을 생각하니 그만 둘 수가 없었어요..먼저 가는 저를 용서하세요" 부산 모 전문대학생 이모(25)씨는 지난 6월 19일 이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집 뒷산 소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4월, 평범한 학생이었던 이씨는 `현금 3천원을 무료로 준다'는 제목의 스팸메일을 받고 호기심에 인터넷 게임사이트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 인터넷 게임사이트는 가상의 게임머니를 사용하는 기존의 사이트와달리 실제 도박과 마찬가지로 현금을 사용하는 불법 도박사이트.
예를 들어 이 사이트 운영자의 계좌로 5만원을 입금하면 5만원의 게임머니를 받는데 고스톱을 치든, 포커를 치든 다른 사람으로부터 게임머니를 따고 사이트에 자신의 은행계좌를 적은 뒤 `환급요청'을 누르면 2~3분 안에 현금을 송금받을 수 있다.
이씨는 4월 14일 처음 사이트에 가입한 뒤 자살하기 전날인 6월 18일까지 불과두 달 동안 500만원을 도박으로 탕진했다.
이씨는 6월 19일 오후 8시께 누나(29)에게 `엄마를 부탁해..먼저 가서 미안하고속만 썩이고 가네. 난 뒷산 작은 절에 있어'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씨의 가족들이 그를 찾아냈을 때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다.
이씨의 유서에는 `400만원 대출했고 휴대전화도 새로 사서 헐값에 팔아 돈을 마련했어요. 엄마 돈도 빌려준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잃었어요.살아서 잘하지 못했으니죽어서라도 우리 가족들 항상 보살필게요"라고 적혀있었다.
이씨와 같은 도박사이트 회원 박모(34.회사원)씨는 지난 5~8월 세 달만에 도박으로 5천560만원을 잃었다.
박씨는 경찰에서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조금씩 돈을 따다가 왕창 잃고,원금 생각에 계속 하다 보니까 하루 3~4시간씩 도박에 빠져있었다"며 "그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모은 돈 뿐만 아니라 대출금까지 모두 날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원모(25.여)씨의 경우 결혼자금 2천900만원을 도박으로 잃자 이사실을 알게된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임모(42.여)씨는 본인과 남편이 자녀학비로 모아 놓은 돈 1천100만원을 탕진해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5일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도박개장)로 이모(41)씨 등 4명을 지명수배했으며 회원 박모(34)씨 등 69명을 상습도박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수사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본전 생각 때문에 계속 도박에 매달리다가 큰돈을 잃고 목숨까지 끊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회원들의 3분의 1이 여성이고 여성회원들이 잃은 액수가 평균적으로 남자들보다 많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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