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취업이 늘었던 고용시장에 한파가 밀려왔다.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자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취업 포기자도 크게 늘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12년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7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2011년 9월(26만4,000명) 이후 15개월 만에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2011년 9월에 추석 연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2010년 9월(24만9,000명)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12월에만 취업포기자가 1만1,000명이 증가하면서 구직 포기는 3개월 연속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취업 포기자는 20만4,000명이나 된다. 취업 포기가 늘면서 고용률과 실업률도 동반 하락했다. 통상 고용률이 낮아지면 실업률이 상승하는 반비례 관계가 나타나야 하지만 노동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 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 통계상 착시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고용ㆍ실업률 동반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200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12월 고용률은 58.3%, 실업률은 2.9%로 전년 대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낮아졌다.
12월의 고용한파를 놓고 해석은 분분하다. 폭설과 한파가 번갈아 이어진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 궂은 날씨 속에 임시직 근로자와 일용직 근로자의 수가 전년 대비 각각 11만1,000명, 8만명씩 줄어 취업자 수 위축을 부추겼다는 얘기다. 송성헌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년도 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 일종의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실업률이 치솟는 위험단계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구조적으로 어두운 측면이 많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대비 31만5,000명 증가했고 이중에서도 취업준비자(8만2,000명 증가)와 구직단념자(1만1,000명 증가)의 비중이 커졌다. 여기에다 자영업으로 흘러 드는 취업자의 규모도 줄었다. 지난해 7월 19만6,000명(전년 대비) 늘었던 자영업자 수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12월 1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부터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할 경우 이들이 고용한 종업원까지 직장을 잃어 연쇄 일자리 급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대의 취업자 수가 8개월 연속 줄어든 것도 고용한파의 심각성을 더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후반의 취업자 수는 11만2,000명이나 감소했다. 최근 고졸 채용 확대 등으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고용여건은 개선됐으나 20대 후반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줄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고용시장은 취업자 수가 43만7,000명 늘어날 정도로 좋았지만 올해는 이 정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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