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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1년, 구사일생 송형진 뉴욕 현대증권 대리
입력2002-09-10 00:00:00
수정
2002.09.10 00:00:00
한영일 기자
"덤으로 사는 인생 밝은 사회위해 보람된 일 해야죠""피를 흘리며 울부짖던 사람들, 놀라서 한걸음도 떼지 못한 채 떨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건물 복도를 가득채운 뿌연 먼지가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9.11 테러' 1주기. 당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근무하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송형진 현대증권 대리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를 친다.
"당시 78층에서 일하다 2시간 동안 걸어서 내려오며 '죽음'이란 것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내려왔을 때 구조를 위해 뛰어 올라오던 소방관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들 대부분은 건물더미에 묻혀 희생됐습니다"며 당시를 회상하는 송 대리는 목소리는 어느새 울먹임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송 대리는 "나는 꼭 1년 전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새로운 삶이 주어졌다는 생각으로 새 다짐을 하고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송 대리는 현재도 참사의 현장을 간직하고 있는 뉴욕 맨해튼에서 근무하며 미국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며 서서히 그날의 충격을 이겨 나가고 있다.
그는 이런 불행 속에서도 자신은 '운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78층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비행기가 84층에 충돌한데다 송 대리가 건물을 빠져 나온 지 불과 20분 만에 102층 건물이 몽땅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야말로 몇 분만 늦었더라도 희생자로 기록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를 비롯해 두살ㆍ다섯살의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 송 대리는 "하지만 현재 맨해튼에 있는 사무실도 22층에 있는데 큰 소리만 나도 직원들이 깜짝깜짝 놀라고 직업상 출장이 잦아 비행기를 많이 타야 되는데 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한다.
당시 송 대리를 비롯해 위기의 순간을 함께 경험했던 6명의 회사 동료들도 아직까지 테러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송 대리에 따르면 현재 뉴욕은 1년 전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추도분위기가 시내를 감싸고 있다. 특히 당시 빌딩에서 희생된 한국인 희생자들도 최근 대부분 신원을 확보된 상태로 한인회 등을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추도식도 준비하고 있다.
송 대리는 "사고 후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살아가면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보고 귀중하게 여기게 됐다"며 "푸른 꿈을 품고 미국으로 온 만큼 시련이 많았지만 앞으로 증권맨으로서 성공하는 것과 함께 사회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꼭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영일기자 hanuj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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