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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올해의 작가'에 노상균·이영배씨 선정
입력2000-01-24 00:00:00
수정
2000.01.24 00:00:00
이용웅 기자
한 사람씩 뽑던 연례행사가 두 작가에게 맞춰진 것은 21세기가 그만큼 풍요로운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2000년 11월 16일부터 12월 30일까지 열리는 「올해의 작가전」은 보다 동적인 전시의 구색을 갖출 수도 있게 됐다.노상균(42)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프랫대학에서 회화전공으로 졸업했다. 그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지난해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작가로 선정되어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이영배(44)는 홍익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지난 90년부터 파리에 머물면서 프랑스와 한국에서 번갈아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재료적인 측면에서 실험적인 기운이 엿보이고, 일상적인 소재에 밀접하게 다가가는 섬세함이 감지된다.
노상균은 전시를 앞두면 문득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나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그 누구도, 아무 것도 아닌 채로, 또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러니까 한마리 물고기처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산 사람이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극성스런 일이다. 삶이 때론 무의미하게 보이고 자신의 존재가 언제 어느틈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지배받을 수도 있고, 삶과 죽음의 그 무의미한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자각에 시달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인지 노상균은 자신의 작업에 시퀸(SEQUINS)을 사용한다. 시퀸은 여성용 의복 등에 쓰이는 작은 원형 금속조각으로 어쩐지 삼류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시퀸을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평면 위에 정교하게 배열하기도 하고, 불상 위에 씌어놓아 영원과 순간의 요상한 배신을 보여준다.
노상균의 작품은 일별하면 순환적인 환영을 보여주면서 우주적인 질서를 이야기하는 듯도 하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그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고기의 허망한 존재를 드러내보이기도 한다.
이영배는 작업에 숯을 사용한다. 숯은 나무가 불에 탄 뒤에 남는 물건이고 모든 색을 빨아들이는 검정색을 갖고 있다. 그는 숯을 평면 위에 문지르기도 하고, 아예 숯 자체를 오브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국 땅 파리에서 가장 얻기 쉽고 보관하기도 쉬운 것이 숯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지나다가 시장기를 느껴 우연히 들른 음식점처럼 그에게 단지 생존의 의미만을 이야기해주는 질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정색으로 일관된 화면이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이 틀림없다. 그는 캔버스 위에 호치키스로 찍어가며 벌레 등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보아 주변의 일상과 기억들이 작가의 창작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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