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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라 대규모 손실 우려

증권사 빅5 보유債 50조 넘었는데…<br>출구전략 고민 계속될 듯


금리의 추가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고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채권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평가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금융투자협회 공시 내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빅5로 꼽히는 대형 증권사의 채권 보유 규모는 50조원을 넘어선다. 우리투자증권이 11조1,7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증권(10조3,616억원), 삼성증권(10조745억원), KDB대우증권(10조267억원), 한국투자증권(9조8,964억원)도 10조원 안팎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체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규모가 144조4,000억원(자산 내 비중 53.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03조8,000억원(43.8%)보다 1년 사이에 39.2%나 늘어난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비중 증가는 저금리 기조와 함께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주식시장의 대안으로 채권시장에 대한 자기매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편입 증가 등도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투자은행(IB) 인가를 위해 쌓아둔 자기자본 3조원으로 채권 보유를 늘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규모가 늘어나며 최근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후 한 달 동안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오히려 0.25%포인트가 올랐다. 채권수익률의 상승세는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하는 만큼 대규모 채권을 보유한 증권사들의 평가손실은 불가피하다.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투자심리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이 채권전문가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7.8%가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종합 채권시장 체감지표(BMSI)는 지난달보다 13.8포인트 하락한 85.4로 나타났다.



시중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응답자도 53.7%나 됐다. 금투협 관계자는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조기 출구전략 우려로 글로벌 채권시장이 약세를 나타냈다"며 "외국인들의 국채선물매도가 확대된 점도 채권시장 약세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만큼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출구전략 고민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채권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손절매를 하고서라도 현재 보유 채권 비중을 줄이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보유 채권에 대한 평가손실은 불가피하겠지만 전체 수익성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보유 채권 물량의 상당수는 1년 이하 단기물일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 금리 상승은 장기물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재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채권의 상당 부분은 만기가 짧은 RP계정 물량으로 추정된다"며 "단기물의 경우 만기까지 가져가 만기수익률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평가손실 우려는 없고 오히려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자 소득이 올라갈 수 있어 장기채권의 평가손실 부분도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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