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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사건' 핵심 4인 소환 초읽기

이건희 회장 부자ㆍ홍석현ㆍ이학수씨 곧 조사…베일속 윗선 규명이 초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임박함에 따라 이건희 회장 부자를 포함한 `핵심 4인'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작년 10월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 수사를 재개한 검찰은 9개월간 이 회장 부자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이학수 삼성 부회장 등 4명을 제외한 약 30명의 피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항소심 선고가 이뤄지더라도 검찰과 삼성측 어느 쪽이든 상고가 확실시돼 `공소시효'에 쫓겨 수사가 성급히 마무리되는 일은 없겠지만 검찰이 마냥 시간을 끌 명분도 없는 만큼 조만간 추가 기소 대상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남은 조사대상자 4명 중 홍석현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이미 소환을 통보하고 출석날짜를 조율 중이어서 이달 내에 소환 조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며, 이학수부회장과 이건희 회장 부자의 조사도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이뤄질 전망이다. ◇ 이회장 소환 `초읽기' = 검찰 수사의 초점은 에버랜드 대주주들이 1996년 12월 에버랜드가 발행한 CB 125만4천주를 실권한 데 윗선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는지를밝혀내는 데 있다. 당시 제일제당(현 CJ)을 제외한 대주주들은 에버랜드가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고 주식배당도 이뤄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환금성도 없어 투자가치가 적어 실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주주들의 CB 실권이 과연 각 주주회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조치였는지, 보이지 않는 최고 윗선의 지시에 의해 결정된 것이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에버랜드 CB 발행과 대주주들의 실권, 재용씨 남매의 CB 헐값 인수 및 주식 전환을 총체적으로 지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닌 삼성그룹 이 회장이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방편으로 에버랜드의 CB를아들 남매에게 헐값에 배정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규명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작년 10월 이재용씨 남매의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12월에는 삼성 계열사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3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바짝 조여왔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과 당시 제일제당 대표이사였던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등이 잇따라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남은 조사대상은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이건희 회장 부자 등 4명 선. CB 배정 때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였던 중앙일보의 홍 회장은 검찰에서 에버랜드 CB 인수 포기의 대가로 이 회장으로부터 1998년 중앙일보 주식 51만9천여주를 무상증여받은 것은 아닌지 조사받게 된다. 또 당시 그룹 비서실 차장이던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선 비서실의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 `6년 수사' 일단락될까 =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은 2000년 6월 에버랜드의 CB 배정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편법으로 이뤄졌다며 이건희 회장등 3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3년 만인 2003년 4월 수사를 시작해 12월 초 공소시효 만료 하루를 앞두고 전·현직 사장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고 1심에서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됐다. 이후 나머지 피고발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불법 의혹을 겨냥한 수사인 만큼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외부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그 때마다 검찰은 그룹 최고위층의 개입 정황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부실수사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에버랜드 CB 배정 등에 사주측이 개입한 정황 증거가 많다. 주인이 바뀌는 일인데 머슴이나 마름(그룹 실무진)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겠느냐"며 주요 피고발인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해왔다. 또 이건희 회장의 소환과 관련해 "사안이 복잡해 서면진술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해 사실상 소환 방침을 명백히 밝히기도 했다. 작년 1심 선고 직후 법무부 차원에서 수사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던 천정배 법무장관이 최근 "전현직 사장 2명만 분리기소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검찰 수사를 공개리에 비판한 점도 수사 방향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년 수사 끝에 이뤄진 `분리기소'와 1심 선고 후 `수사 재개' 등 우여곡절 속에6년을 끌어온 검찰 수사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사건이란 = 에버랜드 이사회는 1996년 10월 CB 발행을결의하고 두 달 뒤 CB 125만4천여 주를 이재용씨 남매 4명에게 배정했다. 이 때 주당 최소 8만5천원대로 평가되던 에버랜드 CB를 1주당 7천700원에 넘겨 `헐값' 시비를 낳았다. 당시 재용씨는 CB를 주식으로 바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20.7%)가 됐고 그룹 경영권도 확보했다.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재용씨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이건희 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공모해 CB를 발행한 것이라며 회사 관계자 33명을 고발했다. 검찰은 업무상 배임죄의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2003년 12월 1일 허태학, 박노빈씨를 불구속 기소했고 1심 법원은 허 전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 사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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