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하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한은은 물가와 유동성을 고려해 긴축기조를 유지해왔으나 ▦경기 불확실성 증폭 ▦내외 금리차 확대 ▦글로벌 금리인하 흐름 ▦정치적 논리 등의 요인으로 금리인하 압력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 우선 3.5%로 낮춰진 미국 금리와 5.0%인 국내 콜금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이 한은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가뜩이나 내외 금리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무위험 재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내외 금리차가 1.5%포인트로 확대, 단기 해외 자본이 유입돼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자금시장을 교란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국내 콜금리가 높다는 것으로,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전세계 증시가 대폭락을 연출할 만큼 경기침체 우려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시사와 ECB 등 유럽의 중앙은행 등도 금리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은의 통화정책 완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경기가 꺾이면서 금리인하의 최대 걸림돌인 물가 상승 압박이 감소할 전망이고, 차기정부가 경기를 부양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강해 한은이 마냥 버티기로 일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이 같은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날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적절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보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 역시 최근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더라도 경제성장과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유연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 위원은 “물가안정을 위한 선제적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를 밝혀 물가보다는 경기 쪽으로 포커스를 돌렸다. 시장 참가자들도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로 한은의 금리인하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며 “불안 국면이 지속되면 다음달에라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효근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은 “내외 금리차가 커져 한은의 긴축기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물가상승세가 잦아드는 2ㆍ4분기나 여름께 금리인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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