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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검찰의 산고

崔禹錫 (삼성경제연구소 소장)검찰총장이 눈물을 흘리며 대전 사건 처리방향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이제 우리 검찰의 장래에 대해 크게 낙관하게 되었다. 검찰총장의 성명을 그대로 믿고 감격해서가 아니라 일이 이만큼 벌어졌으니 검찰도 좋아지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문득 얼마 전에 본 영화가 생각났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잘 나가던 심장과 의사가 갑자기 인후암 선고를 받았다. 바로 자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그렇게 성의없고 불친절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병원 위주여서 환자 입장은 전혀 생각지 않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그런 고약한 대접을 받은 의사는 너무나 어의없고 놀래 분통을 터뜨리지만 병원측은 전혀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같은 의사인 자기가 이런 대접을 받을진대 보통 환자는 어떻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의사는 병이 나아 자기 과로 복귀한다. 거기선 그 의사가 왕이다. 가자마자 전 스탭을 불러모아 환자복을 나눠주고는 실제 환자가 되어 다른 과에 가서 한번 진료를 받게 한다는 스토리다. 흔히 있는 이야기인데 기억에 남는 것은 병원에 한번 가본 사람이면 느꼈던 심정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사실 병원에 가보면 의사들의 무신경에 기가 질리곤 한다. 얼마나 걱정되고 초조한 마음으로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지극히 기계적이고 퉁명스럽다. 급한 마음에 몇마디 물어보면 야단까지 맞는다. 그러나 그런 병원에도 요즘 새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친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의료원이나 중앙병원에서 시작된 훈풍이 그 권위있던 서울대학병원까지 녹이고 전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 바람은 고객의 입김이 세진다는 시대적 추세도 있지만 종합병원끼리의 경쟁탓이 더 클 것이다. 이젠 친절하지 않으면 종합병원도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다. 불행히도 검찰엔 경쟁이 없다. 국가형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과 비교할 수도 없다. 또 검찰종사자들은 영화 속의 의사모양 고객의 입장에서 한번 복장터지는 대접을 받을 기회도 없다. 이번 대전 사건은 검찰에 좋은 기회를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검찰조사를 스스로 한번 받아보면 일반피의자들이 느끼는 심정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총장성명 이후 연판장 소동 등 검찰 내부의 진통은 좋은 검찰로 태어나기 위한 산고(産苦)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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