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이정표를 세웠지만 최강희호는 마지막까지 답답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8차전에서 이란에 0대1로 졌다. 이로써 4승2무2패(승점 14)가 된 한국은 A조 2위로 월드컵 본선에 직행했다. 아시아에서 32년간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8회 이상 연속 진출한 국가도 세계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6개뿐이다.
한국을 앞선 A조 1위는 5승1무2패(승점 16)를 기록한 이란이 차지했다. 같은 시각 카타르를 5대1로 꺾은 우즈베키스탄(4승2무2패ㆍ승점 14)은 한국과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플레이오프로 떨어졌다. 우즈베크가 두 골만 더 넣었다면 한국의 본선행은 좌절됐다.
숙적 이란을 홈으로 불러 대승을 자신했던 대표팀은 오히려 4만2,000여명이 들어찬 안방에서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10월 테헤란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 예선 0대1 패배를 설욕하지 못하고 이란전 2연패를 떠안았다. 역대 전적도 9승7무11패로 열세다.
이날 후반 15분 레자 구차네자드(스탕다르)에게 한 방을 얻어맞은 한국은 끝내 이란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수비 진영으로 넘어온 공중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헛발질로 이어졌고 구차네자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오른쪽에서 단독 드리블로 페널티 박스까지 들어 가더니 왼발 감아차기로 가볍게 골망을 출렁였다.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투톱,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손흥민(레버쿠젠)이 좌우 날개로 나선 대표팀 공격진은 시종 무기력했다. 최 감독의 전술은 미드필드에서 한 번의 패스로 장신 김신욱의 머리를 노리는 것이었으나 처음부터 잠그기로 나선 이란을 허물기에는 전술이 너무 단조로웠다.
후반 30분께 골문 바로 앞에서 나온 두 번의 슈팅이 가장 결정적 공격이었지만 이마저도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후반 추가시간 이근호(상주)의 회심의 헤딩은 왼쪽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란은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듯 대형 국기를 들고 뛰어다니며 감격해 했고,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직행을 확정하고도 멋쩍게 관중에게 인사를 했다. 경기후 본선행을 자축하는 출정식이 있었지만 이미 대부분의 관중은 좌석을 떠난 뒤였다.
대표팀 감독으로 올 때부터 “최종 예선까지만 맡겠다”고 공언해왔던 최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지휘봉을 놓는다. 후임으로는 김호곤 울산 감독, 런던올림픽 대표팀을 동메달로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 과거 FC서울을 지휘했던 세뇰 귀네슈(터키)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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