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기 위해 스키장을 찾는다. 화려한 스키복을 입고 고글을 쓰고 설원을 내려오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스키장으로 향하는 것 자체가 가슴을 설레가 한다. 그러나 고속으로 질주하는 스키ㆍ스노보드를 즐기다 보면 늘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무릎인대 파열이나 척추골절, 치아ㆍ피부 손상 등 스키장에서의 부상은 종류도 다양하다. 신체의 모든 부위가 부상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스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무릎 부상 가장 많아 스키장에서 발생하는 부상은 대부분 낙상ㆍ충돌로 인한 것이다. 기온이 낮아 관절 및 주변 근육과 인대가 경직돼 있기 때문에 특히 관절 부위를 잘 다친다. 스키로 인한 부상은 주로 무릎, 머리, 손과 손가락, 어깨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박승규 현대유비스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무릎 앞 전방십대인대 손상은 스키장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상이다. 이 부위에 부상을 입으면 일상생활이 어렵고 심할 경우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릎 앞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대개 넘어지는 자세가 불안정해 발생한다. 스키를 탈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체에 힘을 주며 버티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하체는 스키에 고정된 채 상체가 앞으로 쏠려 넘어지게 되는데 힘이 들어간 무릎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무릎 인대가 쉽게 끊어진다. 따라서 잘 넘어지는 게 중요하다. 양 팔을 앞으로 가져가면서 자연스럽게 옆으로 넘어져야 한다. 또한 관절에 부상을 입었을 경우 섣불리 부상 부위를 건드리거나 함부로 비틀면 부상이 심해지거나 연부조직, 뼈, 인대, 근육 등 주요 조직마저 크게 손상돼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외관상 뚜렷하지 않은 관절 부위의 부종ㆍ동통이 있는 경우에도 스키 타는 것을 중지해야 더 큰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정웅교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스키 부상으로 다리 골절이 가장 많았으나 최근에는 스키장비(특히 부츠)의 개선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대신 스노보드 인구 등의 증가로 손목ㆍ팔꿈치 등 팔의 골절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처럼 체중을 받쳐주는 폴대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방향을 잡고 타다가 넘어질 때 손이나 팔 부위가 바닥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스노보드는 옆으로 넘어지는 스키와 달리 수직 방향으로 넘어지기 때문에 엉덩이 뼈와 허리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등 척추 골절도 발생할 수 있다. 척추 골절은 심하면 하반신 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스노보드를 탈 때 억지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지 말고 앉는 자세를 취하면서 서서히 주저앉는 것이 좋다. 넘어진 후에는 다른 스키어와 충돌해 부상당하지 않도록 주변을 잘 살핀다. 부상 방지를 위해 헬멧이나 손목ㆍ무릎 패드 등 보호장비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엄지 손가락 부상도 주의해야 한다. 넘어지는 순간 스키 폴의 끈이 엄지 손가락에 휘말리면서 발생하므로 손이 슬로프에 닿기 전에 폴을 버려야 한다. 이 같은 부상을 막으려면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기 전 10분 이상 스트레칭으로 관절과 근육을 유연하게 풀어줘야 한다. 김진구 서울백병원 스포츠메디컬센터 교수는 “스키를 타는 당일의 컨디션과 피로도에 따라 부상 위험이 늘어나는 만큼 스키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스키를 타기 전날 과음하거나 잠을 많이 못잤거나 오래 운전한 경우 등에는 부상 위험이 높으므로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슬로프에 올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치아 손상도 주의해야 치아도 스키장에서 쉽게 손상을 입는 부위 중 하나다. 빠른 스피드로 달리다 넘어지거나 추위에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보드나 스키 장비에 부딪히면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지거나 빠지기 쉽다. 심한 경우 잇몸 뼈나 턱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치아 외상은 위 앞니가 빠지는 것이다. 이 경우 빠진 치아를 생리식염수나 우유에 담아 1시간 안에 치과에 가면 치아를 살릴 수도 있다. 치과에 빨리 갈수록 치아의 생존율이 높아진다. 생리식염수가 없다면 빠진 치아를 혀 밑에 넣거나 젖은 수건에 감싸 습기를 유지해준다. 빠진 치아에 흙이나 이물질이 묻었다고 해서 손으로 털어내선 안된다. 치아에 미세하게 붙어 있는 잇몸조직이나 치아뿌리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돌로 치아에 미세한 금이 가도 멀쩡해 보이고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황성식 미소드림치과 원장은 “금이 간 치아를 방치하면 차츰 균열이 진행돼 치아 내부 신경과 혈관이 분포해 있는 치수에 염증(치수염)이 생길 수 있다. 입 주변에 접촉사고가 생긴 뒤 음식을 씹거나 찬 물에 시린 증상이 있다면 치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외부 충격으로 혈관이나 신경이 손상됐을 경우에는 치아 색이 검게 변하기도 한다. 이 때는 염증이나 손상된 신경조직을 제거해 치아를 되살려야 한다. 이 같은 치아손상을 막으려면 마우스 가드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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