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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권 세종대 수학통계학부 교수는 이차연립 정수방정식에서 정수해의 존재 여부가 매우 무질서함을 보여줬다. 오 교수가 수학 분야의 최상위 저널 가운데 하나인 ‘인벤시오네 마테마티케(Inventiones Mathematicae)’ 지난해 11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규명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차원이 커지면 보편 형식을 제외한 모든 이차형식에서 ‘국소-대역 원리(Local-global principle 또는 Hasse principle)’를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토종 박사(서울대 이학박사)가 이 저널에 단독 논문을 게재한 것은 오 교수가 처음이다. 오 교수는 “이차연립 방정식의 규칙성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밝힌 것이 핵심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저차원에서는 국소-대역 원리가 성립하는 이차형식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예측하기 매우 어려웠다. 국소-대역 원리는 정수론의 핵심 분야인 정수방정식 이론, 특히 이차연립 정수방정식의 정수해에 대한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방정식에 있는 변수들을 정수라 가정하고 등식에 있는 좌우 항을 어떤 자연수로 나누어 나머지를 계산해도 나머지가 같아지는 정수해가 존재하면 동차 이차연립 정수방정식의 유리수 해는 반드시 존재하게 되는데 이를 국소-대역 원리라 한다. 국소-대역 원리는 특별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차원이 n으로 고정된 국소-대역 원리가 성립하는 이차 형식을 ‘n-정규형식’이라 하고 이 가운데 차원이 n인 모든 양(+) 이차형식에 대해 정수해가 존재하는 것을 ‘n-보편형식’이라 한다. 모든 양의 정수에 대해 정규형식은 언제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차원이 n인 이차형식을 모두 표현하는 이차형식을 보편형식(universal forms)이라 정의하는데 n이 11 이상인 경우에는 특수한 형태의 보편형식을 제외한 정규형식은 알려져 있지 않다. 오 교수는 정수 n이 27 이상이면 모든 양(+)의 n-정규형식은 n-보편형식이거나 짝 n-보편형식임을 증명했다. 이는 이차형식의 표현이 매우 불규칙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이차형식의 표현을 제어하는 국소-대역 원리를 제외한 또 다른 이론이 존재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한 차원 27승이 주어졌다는 점도 이 논문의 놀라운 성과다. 이는 후보자가 많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분야 가운데 하나인 정규형식 이론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정수론의 핵심 분야인 정수 방정식의 정수해에 대한 불규칙성의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중대한 진보다. 오 교수는 n-보편형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차 형식의 표현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주제는 동차 이차연립 정수방정식에서 정수해의 존재 여부에 관한 연구로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 이래 많은 정수론 전공자들이 관심을 가져온 정수론의 주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오 교수는 특히 표현되는 이차 형식의 변수가 두 개 이상인 경우의 연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다수의 뛰어난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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