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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산책] 백제가요 `숙세가`와 `정읍사`

국문학사의 한 장(章)을 다시 써야 할 획기적인 사건이 생겼다. 최근 백제인의 손으로 쓴 백제시대 가요가 밝혀진 것이다. 그것도 그동안 고구려렘킷璨姑?달리 백제에서는 이두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학계의 정설과는 달리 이두로 기록된 가요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00년 11월부터 그 이듬해 8월까지 이어진 부여 능산리 고분군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목간(木簡) 23개 가운데 하나에 기록된 것을 최근 서울시립대 김영욱 교수가 해독한 것이다. 김 교수가 풀이하고 `숙세가(宿世歌)`라고 이름붙인 그 가요의 내용은 이렇다. 宿世結業同生一處 / 是非相問上拜白來 (전생에서 맺은 인연으로 / 이 세상에 함께 태어났으니 시비를 가릴 양이면 서로에게 물어서 / 공경하고 절한 후에 사뢰러 오십시오.) 해석의 정확성 여부는 둘째 문제고, 그동안 알려진 백제가요는 조선시대에 편찬된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실려 전해온 `정읍사(井邑詞)` 단 한수밖에는 없었다. 달하 높이곰 도다샤 /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저쟤 녀러신고요 / 어긔야 즌데를 드디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 어느이다 노코시랴 어긔야 내가 논 데 점 그를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는 지금으로부터 1,300년전 백제 정촌에 살던 한 여인이 행상나간 지아비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달님에게 비는 내용인데, 정읍시에서는 정읍사노래비와 그 지어미를 형상화한 동상 등을 세운 정읍사공원을 만들고 해마다 정읍사문화제를 벌이고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고대가요의 자료가 너무나 빈약하다는 점이 새삼 아쉽다. 고려시대 이전의 가요라면 중국인 최표(崔豹)의 `고금주(古今注)`에 실린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삼국사기`에 실린 `황조가(黃鳥歌)`, 그리고 `삼국유사`에 실려 전해온 신라향가 14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백제가요의 발굴은 국문학계 뿐아니라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지닌 우리 겨레 전체가 기뻐해야 마땅할 사건인 듯하다. <황원갑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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