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각서(MOU) 체결이 첩보영화 찍는 것인가.' 지난 29일 전격적으로 체결된 현대건설 매각 MOU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MOU 체결 직전 금융 당국이 주채권은행을 애타게 찾아도 연락이 단절돼 발만 구르는가 하면, 정작 서명을 할 주체인 매각책임자가 다른 채권단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는 동안 대리인이 대신 사인한 후 나타나는 이해 못할 상황들이 연출된 것이다. 30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29일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의 MOU가 체결되기 직전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 등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단독으로 MOU를 체결할 경우에 대비해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을 찾아 담당 본부장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상황은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이번 매각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T법무법인의 S 변호사가 대신 서명을 한 것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안 상정(통과)을 막기 위해 의장을 붙잡고 있는 사이 부의장이 대신 의사봉을 두드린 셈"이라고 촌평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금융 당국마저 이해 못할 상황이 전개됐다.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위 실무진이 외환은행 해당 본부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당일 오전 연락이 단절된 것. 한 당국자는 "아마 당국과 연결이 되면 상황이 바인딩(구속)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면서도 씁쓰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이번 MOU 체결에 대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섣불리 개입했다가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있고, 그냥 내버려 두자니 일종의 '방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실무진에 시스템이 흐트러진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투명하게 밝혀서 일을 마무리하도록 하라"는 지시 외에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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