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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종언(?)/양수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로터리)
입력1997-03-17 00:00:00
수정
1997.03.17 00:00:00
양수길 기자
독일의 노사관계는 한동안 거의 무정부적인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라가 초토화되자 근로자와 경영자가 하나의 공동체로 뭉쳐 오늘날의 번영과 민족통일의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노조가 처음으로 활성화돼 좌익의 주도하에 계급투쟁을 추구하는 정치주의를 지향함에 따라 노사관계는 극도의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이에 정부와 경영인이 강력하게 대처하고 또한 한국전쟁특수가 지속적 고속성장으로 이어짐에 따라 노조는 그 과실을 최대한 획득하기 위한 경제주의로 전환한다.그러다가 73년말 제1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함에 따라 노조는 33%의 임금인상을 확보하지만 그 결과 일본경제는 전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근로자들은 그들의 이익과 국가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조화시키고자 하는 이른바 국민주의로의 대전환을 이룸으로써 집단이기주의를 탈피하고 그후 80년대말까지 지속돼온 안정성장의 길에 오른다.
미국은 70년대 들어서 그간의 사회보장의 확대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경직화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이에 따라 산업공동화를 겪게 된다. 그러다가 70년대말 레이건 대통령이 등장해 「새로운 시민전쟁」이라는 기치하에 노사관계를 협력기조로 전환시켜 오늘에 이른다.
영국에서는 대처수상이 79년에 등장해 완전고용의 추구를 포기하고 방만한 기업보조를 철폐하였으며 아울러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 노조의 강력한 저항을 이기고 노동관계법을 근본적으로 개편했다. 그 결과 한때 15%를 상회했던 실업률이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낮은 7%로 하락했고 악명높은 영국병이 사라지고 말았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위기와 관련해 여러가지 문제점과 대책들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와 가장 중요한 대책이 노사간의 갈등과 그 치유에 있다. 이와 같은 취지로 최근 노동관계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법만으로는 부족하다. 노와 사가 상호의존관계를 직시하고 나아가서 애국적 시민의식을 발휘하지않는 한 한국 고속성장의 신화의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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