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를 이끌만한 뚜렷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수급여건이 종목 선정의 주요소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매도에 나선 종목들은 대체 매수가 없는 상황에서 매물이 나올 경우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31일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수급의 파괴력은 지수보다는 종목에 더 크게 작용한다”며 “유가증권시장 종목 뿐만 아니라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나타나는 종목들은 저가매수에 나서더라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수급여건의 영향력이 커지고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최근 2주(8월18~29일)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1억원 이상 동반매도에 나선 코스닥 업체는 성광벤드, 하나투어 등 7곳이다. 용접용 관이음쇠 생산업체인 성광벤드는 지난 2주동안 기관이 28억8,133만원, 외국인이 22억5,099만원 순매도했다. 주가도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올 2ㆍ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24억원, 218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6.24%, 8.66% 늘었지만 ‘실적의 힘’도 수급 악조건에는 속수무책이다. 장근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성광벤드의 과거 주가추이를 보면 전방산업의 영향으로 유가와 연관성이 높았다”며 “최근 외국인이 팔기 시작했고 기관이 따라가는 것으로 보여 수급여건이 안 좋다”고 분석했다. 하나투어도 최근 수급 악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18일부터 현재까지 기관은 18억9,081만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외국인도 3억2,493만원의 누적 순매도를 나타냈다. 주가도 28일 연중 최저가(2만3,250원)을 갈아치우는 등 바닥권이지만 저점 매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서승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불확실한 유가, 원ㆍ달러 환율 상승, 내수경기 부진으로 실적 예상치가 안 좋아 수급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초까지는 실적회복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인콤, 시노펙스, 엑사이엔씨, 케이이엔지, 화우테크 등도 최근 2주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매도에 나서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종목으로 나타났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눈에 띠는 모멘텀이 없고 실적 발표가 끝난 시기에는 수급 여건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기관, 외국인이 매도에 나선 종목들에 대해서는 향후 실적 전망, 성장성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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