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중앙은행(DNB)이 기준금리를 2주 만에 세 차례나 인하하는 기습적인 통화정책을 단행했다. 유로화 등의 평가절하 경쟁 여파로 덴마크 통화가치가 과도하게 오르자 과감한 환율방어에 나선 것이다. 호주·일본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더 가세할 것으로 보여 지구촌 통화전쟁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DNB는 2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30일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존의 -0.35%에서 -0.50%로 0.1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덴마크 사상 최저 수준이다. DNB는 앞서 지난 19일과 22일에도 CD금리를 각각 0.15%포인트씩 낮춘 상태여서 이번까지 합하면 기준금리는 2주 만에 총 0.45%포인트 하락하게 됐다.
앞서 DNB는 경기부양을 위해 2012년 7월 CD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인하한 후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지난해 4월 플러스 전환(-0.1%→0.5%)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전 세계 경기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안전자산인 크로네 등 덴마크 금융자산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통화가치가 급격히 올랐다. 이에 DNB는 환율방어 등을 위해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다시 마이너스 수준(-0.05%)으로 떨군 뒤 올해 들어서는 최소 100억크로네(추정치)의 자금을 투입해 환율방어에 나섰다. 그럼에도 좀처럼 크로네 가치가 떨어지지 않자 급속도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DNB가 이미 지난주 두 차례나 금리를 낮췄음에도 덴마크 통화인 크로네의 통화가치가 여전히 평가절상되자 시장전문가들도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을 예상해왔다고 전했다. 덴마크 단스케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틴 보시앵은 "(기준금리 인하로) 크로네를 매수하기에는 비싸지게 돼 (평가절상)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DNB의 발표 직전 환율은 1유로당 7.4440크로네에서 발표 직후 7.4452크로네로 변동하는 등 크로네가 장중 소폭 약세를 보였다.
DNB의 대응은 유럽중앙은행(ECB)의 1조1,4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 발표로 더욱 가열되고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한 단면이다. ECB 발표 이후 캐나다·인도·싱가포르·터키 등이 자국 통화의 가치절상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또 다음주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하는 호주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호주 일간지인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국립은행(NAB·중앙은행)의 시장전략이사인 개빈 프렌드가 "25년간 이 같은 통화 (가치) 변동은 본 적이 없다"며 향후 2년간 호주달러화가 역경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전한 뒤 호주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시장에서는 일본 역시 추가 완화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은 물론 신흥국들까지 가세해 자국 통화절상을 막기 위한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환율전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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