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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경제중심과 개방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1929년 일본의 식민지배 아래 있던 한반도의 미래를 `동방의 등촉`으로 묘사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오랜 외침을 당하면서 민족의 자존을 지켜왔으나 끝내 일본식민지배에 갇혀버린 한민족에게 동북아중심의 자존을 독려하는 메시지였다. 그 뒤 74년의 세월동안 한국은 암울한 식민지 시대,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치면서 드디어 아시아 최빈국 대열에서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한마디로 고난과 재기의 역정이었다. 21세기 벽두 우리는 이제 그 `동방의 등촉`을 우리 힘으로 켤 수 있는 시운을 맞고 있다. 그것은 구한말처럼 쇄국이 아니라 확실한 개방형 통상국가에 대한 정책수립과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 한국은 IMF 관리체제에 있는 동안 `외압`이었지만 금융, 기업, 노동, 정부부문에서 개혁을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는 투명성에 기초한 개혁기조와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지향하는 `동북아 경제중심`」을 국정 모토로 내세웠다. 지금 동북아에서 전개되고 는 역동적 대륙경제권과 해양경제권 사이의 핵심적 요충지에 한국이 입지하고 있다. 한국의 동북아 경제중심구상은 바로 그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면서 동북아 전체의 상생의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데 있다. 동유럽까지 뻗치는 유럽연합(EU)과 남ㆍ북미자유무역협정(FTAA) 등 지역통합의 세계적 조류를 외면하던 동북아에도 이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지역단위의 자구적 연대노력과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장기고도성장과 세계 제1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흡입기능이 동북아 경제지도를 급격히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ASEAN+ 한ㆍ중ㆍ일이 정상회의를 사상 처음으로 정례화시켰다. 그 결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통화스왑을 가능케 하는 금융협력장치의 길도 열리게 되었다. 동북아지역은 스칼라피노 교수의 지적대로 광역적 `자연경제권`으로 정의될 수 있다. 자원부존도, 발전의 다양성, 인구밀집, 지리경제적 특성 등을 볼 때 협력과 상생(相生)의 가치공유가 동북아에 일어난다면 공동번영의 길이 동북아에도 열린다는 뜻이다. 한국의 21세기 새로운 성장전략은 동북아에 전개되고 있는 경제통합운동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우리의 경제시스템이 주변국에 의하여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동북아 경제중심은 물류허브로, 금융허브로, 국가혁신 연구개발(R&D) 클러스터로서,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본부 결집지역의 개념을 담고 있다. 한국은 정보과학(IT)기반 시설이 있고, 우수한 인적자원이 있으며 상당한 내수시장이 있기 때문에 동북아의 청사진을 이룩할 수 있다. 한국의`동북아 중심`구상은 기본적으로 열린 경제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이 일어날 때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에 걸친 산고 끝에 정부간에 타결된 한ㆍ칠레 FTA의 국회비준이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문제가 되었던 농산물이 자유화 품목에서 빠졌는데도 내년 총선의 득표계산 때문에 이익단체들의 반대에 한ㆍ칠레 FTA가 좌초한다면 `경제자유구역`,`외국인 투자유치`등 개방형 인센티브제도가 어떻게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는가. 개방적 사고와 글러벌화에 대비하는 정치적 리더쉽과 이에 동참하는 국민적 에너지가 없으면 `동북아 경제중심`은 정치적 수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다국적기업의 아ㆍ태지역본부를 몇 개 밖에 유치하지 못한 사이에 중국의 상하이는 벌써 174개사 아ㆍ태본부를 유치했다. 우리는 `동북아 중심`을 위해 경쟁지역과 비교해 더욱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한국을 빨리 바꿔야 한다. 나아가 IT와 글로벌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고급 인적자원양성, 원화의 국제화까지 포함하는 열린 경제, 홍콩과 싱가포르에 필적할 수 있는 국제표준에 맞는 관세법과 조세제도를, 법과 원칙이 적용되는 상생의 노사문화를 정착하고, 그리고, 국제어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한국인을 양성해야 한다. 분단 한반도의 단절공간이 동북아 역내에서 순기능을 회복하도록 북한을 동북아 경제통합대열에 반드시 합류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동북아의 오랜 역사를 통하여 피침에 당사자였던 한국이 무역과 금융에서 동북아에 일고 있는 역내 경제협력장치를 넓혀 가는데 촉매제역할을 할 때`동방의 경제등촉`으로서 한국은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충영(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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