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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본협상] ⑦ 전문가들 "이렇게 협상하라"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을 앞두고 우리측 대표단에게 '여유'와 '치밀함'을 함께 주문했다. 일정에 얽매여 협상을 무리하게 서두르거나 미국측의 일방적 공세를 방어하는데만 급급하지 말고, 공정한 무역.금융 분쟁 해결 시스템이나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인정 문제 등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각 협정 문안을 최대한 꼼꼼히 따져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 서두르지 말 것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 정부가 내년 7월1일 무역촉진권한(TPA) 종료를 내세워 빠른 결론을 원한다해도 우리가 꼭 이에 맞춰 국가 경제의 명운이 달린 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미국측이 TPA 기한 때문에 오히려 우리보다 한미FTA 체결을 더 서두르는 것 같다"며 "우리 협상단은 한미FTA가전체 국가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큰 결정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협상 문구 하나하나를 정확히 해석하면서 차분하게 협상을 진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곽 연구원은 또 "무엇보다 사안들의 중요도 등을 따져 전략적으로 협상 순서를적절히 정해야한다"며 "예를 들어 쌀시장 개방 문제의 경우 이를 먼저 논의함으로써전체 협상에 악영항을 끼치기보다는 가급적 뒤로 미뤄야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대표단에게 무엇보다 일정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며 "우리에게 미국 시장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역시 한미FTA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진하는 것이므로 쫓기지 말고여유있게 협상해야한다"고 말했다. ◇ 이것만은 끝까지 지켜라 우리의 대표적 취약 부문인 농업과 금융시장 등의 경우 전면 개방에 따른 국내산업의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만큼 최대한 개방의 폭과 속도를 제한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도 향후 남북경협 확대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드시 관철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곽 연구원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도 우리나라 쌀시장이 어차피 2015년께 개방될 예정이므로 미국측의 무리한 쌀시장 개방 강요로 한미 FTA 협상 자체를깰 필요가 없다는 점을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측의 쇠고기 전면 수입 허용 요구도 끊임없는 광우병 발병 문제 등을 내세워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신금융서비스와 국경간 금융거래 허용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 부문 협상에서는 단계적 개방이 최선책으로 거론됐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쟁력이 취약한 금융 부문을 개방하면 미국 금융회사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금융서비스부문의 발전 속도와 보조를 맞춰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 연구원도 "금융 전면 개방은 환율과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외지사에 대한 평가와 규제시 본사의 자본 규모를 함께 인정해달라는 것이나 중소기업대출 의무 비율을 축소, 폐지하라는 요구를 쉽게 들어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측의 양보를 받아내라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의 정치적 관계 때문에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꺼리고 있으나, 앞으로 남북 경협이 계속 확대되고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도 첫 결정이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번에 확실히 이 문제를 매듭짓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 미국도 약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개방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도 약점은 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시장 개방 여지가 많은 우리나라가 협상 과정에서 주로방어적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부문에 대해서는 우리가 오히려 미국측의 규제 완화 등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홍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FTA 팀장은 해운서비스업 개방과 섬유.의류산업 관세 인하 등을 미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이 팀장은 "미국은 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미국내 연안운송은 미국이 건조, 소유, 등록하고 미국 선원이 승선한 선박만을 허용한다'는 1920년의 상선법을 유지하며 연안운송업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화물운송을 미국선사에만 허용하는 등의 차별적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만큼 미국측에 해운서비스 개방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른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섬유.의류 관세에 대한 인하 요구도중요한 협상 카드로 거론됐다. 그는 섬유 및 의류 품목에 대한 미국의 실행 관세율을 조사한 결과 관세율이 20%이상인 품목이 82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8개는 무려 30%를 웃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의 무역분쟁 해결 시스템도꼭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 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무역분쟁을 제기, 또는 처리하는 주체가 각 주나 협회별로 다원화돼있다"며 "이번 FTA 협상을 통해 양국이 국가대 국가입장에서 무역분쟁을 다룰 상설기구나 제도를 꼭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정부는 미국의 공산품 시장과 관련, 반덤핑 제소 등 부당한 통상압력과 비관세 장벽의 철저한 해체를 요구해야한다"고 밝혔다. ◇ 국내 조율과 원칙 정립이 '우선'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갈등을 해소하고 협상 원칙에 대한 컨센서스(합의)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 상무는 "미국측의 요구대로 개방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각 분야가 입게될 피해와 문제점을 면밀히 조사, 데이터를 확보해 개방 수위 조절의논리적 근거로 내세워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먼저 국내에서 충분한 컨센서스를 이뤄야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며 "국민과 정부의 신뢰가 쌓이지않고 '졸속 협상'이라는 국내의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는 정부가 협상에서 우리측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도 "향후 중국과 일본 등과의 FTA 협상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뚜렷한 목표와 원칙을 세운 뒤 한미FTA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대내외적으로 마지노선과 대원칙 등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고 단기적 시각에서 협상을 추진하다가는 나중에 다른 협상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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