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라고 하면 상대방과 조건만 대략 맞춰주고 돈을 번다는 안 좋은 인식도 많잖아요. 수익이나 회원 구조 등도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서 업계 전체의 변화를 이끌고 싶어요"
5일 새로 이사한 서울 청담동 디노블 본사에서 만난 김민석(사진ㆍ30) 대표는 결혼정보업계의 폐쇄적 이미지를 혁신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초 최소 12회 매칭까지는 중도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결혼정보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중도 환불이 가능한 매칭 횟수는 3~6회까지로 이마저도 한번의 만남이라도 가질 경우 가입비의 50% 가까이를 돌려받지 못하게끔 돼 있다. 이를 두고 최근 업계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디노블이 한발 앞서 이에 대응하기 시작한 셈이다. 김 대표는 이밖에 친형인 김형석(33) 공동대표와 매달 정기적으로 잠재 고객들과 함께 간담회를 마련, 결혼정보업계와 디노블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김 대표는 "1년을 가입하고 한번의 실망스러운 만남 밖에 없었는데도 가입비의 절반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며 "12회 환불 시스템 도입 이후 다른 업체들로부터 많은 성토를 듣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디노블의 경우 회원 수가 많고 고객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결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노블은 주로 상류층을 대상으로 매칭을 시켜주는 프리미엄 결혼정보회사를 표방한다. 전체 5,000명이 넘는 회원 가운데는 좋은 집안 출신이나 고소득 전문직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특히 사업 초기부터 횟수제 기반이 아닌, 결혼의 성사에 중점을 둔 '성혼주의'를 앞세우면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현재는 연 200 커플 정도의 결혼을 성사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고객 가운데 상류층이 많다 보니 회원가입비가 업계 평균보다는 다소 높은 게 사실"이라며 "피부숍, 미용실 등 제휴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올 가을부터는 결혼 관련 금융상담 서비스도 곁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결혼정보사업에 뛰어든 것은 그가 대학생이었던 21살 때부터다. 아버지인 고 김규성 전 대표가 지난 2004년 디노블의 전신인 '두리조아'를 창업하면서 김 대표도 전략기획이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 대표의 아이디어로 2006년 디노블은 프리미엄 결혼정보회사로 탈바꿈했다. 부친이 세상을 떠난 2011년부터는 은행에 다니던 형 김형석 대표와 공동대표에 올랐다.
김 대표는 "군대에 있을 때도 직원들을 자주 면회 오게 해 사업 미팅을 가졌고 휴가를 나가서도 회사 일에 매진했을 정도"라며 "벌써 업계에 몸 담은 지 10년차가 되다 보니 업계에서도 이제 확실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기혼인 김형석 대표와 달리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정보업에 종사하는 만큼 결혼에 대한 확고한 기준은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나이에 급급해 결혼하기보다는 누구를 만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자신이 바라는 조건의 상대를 찾기 이전에 자신이 배우자로서 절대 바라지 않는 조건을 먼저 생각해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만큼 금융적인 지식까지 접목해 평생 결혼전문가로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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