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미국 콜로라도 주 상원의원 선거. 종반에 가까워졌을 때 100만 명의 콜로라도 주민들은 각각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하얀 봉투에 담겨진 편지에는 어떠한 정치적인 메시지도 없었다. 편지는 그저 이번 선거에 투표하기로 약속했으니 그 약속을 잘 지켜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또 언제 투표를 할 것인지, 어떻게 투표소까지 갈 것인지 잘 생각해 놓으라고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다. 이 단순한 편지는 그러나 전체 투표율을 2.5% 끌어 올렸다. 아주 미미한 것 같지만 이는 선거 내내 고전하던 민주당의 마이클 베넷에게 승리를 안겨준 아주 값진 수치였다.
말쇼우의 편지 발송 전략은 미국 정치계에서 유권자 맞춤 전략, 즉 마이크로 타게팅(microtargeting)을 시작한 사례로 꼽힌다.
정치전문 저널리스트인 사샤 아이센버그는 이 책 '빅토리랩'을 통해 선거는 후보자의 카리스마나 성격, 전략적인 행동이나 정치적 상황과 시대정신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었던 기존의 정치적 관념들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사샤 아이센버그는 "각 후보들의 선거 캠프는 마이클 베넷의 성공 사례처럼, 행동심리학으로 무장해 유권자들이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특정 인물을 뽑도록 유도하는가 하면, 설득 실험이나 심층적으로 연구된 선거운동 방법 등으로 단 1%의 득표율을 위해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 버락 오바마나 미트 롬니 등이 사용한 주요 전략들과 2012 미국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킹메이커들의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예를들면 오바마의 "'버스 광고 전략'은 유권자들의 개별 데이터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잘 이용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영세기업이나 지방소도시의 광고를 주로 게재하는 버스나 정류장, 지하철은 선거 캠프의 광고 전략에서 늘 제외됐던 대상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캠프의 데이터 분석가는 유권자들의 개별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대중교통 공간이야말로 유권자와 가장 밀착해서 정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위스콘신 주에서 오바마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선거구 지도를 만들고 여기에 시내버스 노선도를 대조해 집중 광고 대상으로 삼을 만한 선거구를 찾아내 광고를 시작했다. 10개 도시의 버스 노선을 확대해 내건 광고는 예상 밖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책이 제시하는 이 같은 예화들은 그 동안 이성적인 사고 과정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생각했던 많은 유권자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상세하게 공개된 후보자들의 정보와 그들이 내세운 전략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선거 캠프의 전술가들은 유권자가 어떤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혹은 무관심한지부터 유권자가 투표소로 발을 옮겨 한 표를 행사하기까지의 전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치밀한 각본들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1만5,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