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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흥분한 구리

제2보(17~40)


중국식 포석은 변의 주도권을 휘어잡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우변의 주도권이 백에게 넘어가 있다. 처음에 중국식을 시도했던 흑이 중도에 좌상귀의 실리를 밝혔기 때문에 벌어진 양상이다. 흑19로 뛰었지만 아직 이 돌들은 근거가 없다. 구리는 이 미생마를 공격하여 단숨에 승세를 굳히기로 작심을 했다. 그는 흥분해 있었다. 그 동안 한국의 강자들을 여럿 격파했지만 아직 최정상인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을 보기 좋게 꺾은 일은 없는 터이다. 모처럼 유창혁과 건곤일척 한판 싸울 기회를 얻었는데 포석에서 기선을 제압한 흐름이다. 이대로 밀어붙여 불계승을 얻어내고 싶다. 다소 조급한 마음이 백28이라는 속수성 공격을 불러왔다. 상대방의 근거를 없애는 요소긴 하지만 검토실의 여론은 그리 좋지 않았다. 참고도1의 백1로 뛰고 흑2면 또 3으로 점잖게 뛰어 두는 것이 유연한 진행이었으며 그것으로 백이 편한 바둑이었던 것이다. 백40 역시 우변 흑대마에 대한 공격을 엿본 수였지만 검토실에서는 허황한 착상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고도2의 백1, 3이 무난한 수라는 것. 허황하다는 것은 완착이라는 뜻이냐고 서봉수9단에게 물었더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렇진 않아. 다만 모험의 의미가 있다는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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