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체질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인 경상수지에 비상벨이 울렸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연간 수지도 흑자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사다 쓰는 게 더 많다는 의미로, ‘경상수지 적자→고용ㆍ소득 감소→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 통례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6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을 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의 경상수지 누적 적자액은 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84억8,0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6월 11억달러의 흑자를 냈음에도 연초에 적자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반기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환란 당시인 97년 상반기의 101억4,000만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경상수지는 환란 직후인 98년 상반기 217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후 매년 상반기마다 두자릿수 이상의 흑자행진을 벌여왔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수입ㆍ수출을 반영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해외여행과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서비스 수지와 소득수지 적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이처럼 적자로 전환됨에 따라 한은과 정부가 목표했던 올해 40억달러의 흑자 전망치를 달성할 가능성도 더욱 낮아졌다. 한은은 당초 상반기에는 경상수지가 균형(0)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추세라면 경상수지 적자가 기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정책 운영의 전면적인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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