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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직장인' '밤엔 사장님'

구조조정 불안 '남몰래 창업' 붐「낮에는 대리, 밤에는 사장님」 무선호출기 생산업체인 H사에 근무하는 C모대리는 요즘 퇴근길이 곧 새로운 업무를 위한 출근길이 된다. 동종업계에 근무하는 4명과 함께 창업을 준비하느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무선호출기 제작업. 3개월전부터 함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4명도 모두 현재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가만히 구조조정을 기다리며 불안에 떨기 보다는 차라리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최근 홍콩에서 최신 호출기를 들여왔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호출기들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C씨등 5명이 창업을 위해 모은 돈은 모두 1억5,000만원. 직접 생산까지 하기에는 워낙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일단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은 외주로 맡길 계획이다. C대리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몰래 창업을 준비하거나 부업을 하는 샐러리맨들이 늘고 있다. 특히 IMF초기에는 어느 정도 기반이 닦인 중년층의 창업이 많았지만 요즘은 대리·평사원등 젊은 직장인들의 창업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이나 PC통신망을 이용한 정보제공(IP·INFORMATION PROVIDE)이나 소규모 점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모아놓은 돈이 없는 상황에서 적은 돈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천리안·유니텔·하이텔·나우누리 등 국내 주요 PC통신망에는 1,500~1,800여개의 IP업체가 활동중이다. 지난해 유니텔에 접수된 IP사업 제안서만도 무려 1만여건에 이르고 있다. 2~3년전까지만 해도 언론사 속보서비스나 컴퓨터분야 정보가 주종을 이뤘으나 최근 들어서는 창업이나 증권에서부터 노점상정보·스타패션 흉내내기 등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신의 업무경험을 살린 창업도 늘고 있다. 대구지역 중견 건설업체에 근무중인 李모(40)부장은 최근 부동산개발컨설팅회사를 설립했다. 李씨는 대구지역 건설업체들이 극심한 불황으로 잇따라 부동산개발부문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자 퇴사한 직원들 4명을 모아 힘을 합쳐 몰래 창업했다. 그는 『건설사들의 조직축소로 부동산개발 등 특정사업은 아웃소싱이 늘어날 것 같아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3공단 기계제작업체인 W사의 용접을 책임지고 있는 權모(45)씨도 부도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용접공들을 모아 용접전문회사 설립을 준비하고있다. 업계가 용접 등 일부 분야를 소사장제로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창업까지는 이르지 못하지만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은 이제 웬만한 기업체에서는 일반화된 얘기다.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사진자판기나 도시락전문점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지방도시에서는 출퇴근시간에 부업으로 자가용불법영업을 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몰래 창업은 근무하는 회사의 영업기밀이나 노하우등을 개인적으로 누출 또는 이용, 회사측과 마찰을 빚거나 조직내 위화감 조성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최근 대구의 중견무역업체 미국지사에 근무하던 鄭모씨는 자신이 알던 철강수입루트 등 관련정보를 챙겨 친지명의로 개인회사를 세운뒤 철강수입을 대행하다가 구설수에 올라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노동연구원 선한승(宣翰承)연구조정실장은 『직장인들의 창업은 조직원간 위화감 조성으로 조직자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구조조정으로 인한 중간관리층 부재도 이같은 현상의 중요한 원인인 만큼 각 기업들도 구조조정 이후 「생존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들에게 업무동기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두환, 대구=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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