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공급과잉으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유독 철근만큼은 국내 분양시장 활성화를 등에 업고 날개돋친 듯 팔리며 업계의 가뭄 속 단비가 됐다.
그러나 국내 철근시장 호황을 틈타 중국산 저가 철근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고 그동안 철근을 다루지 않던 대형사까지 발을 들여놓으면서 업계의 걱정이 다시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근 판매량은 올 1~2월 60만톤에 못 미쳤지만 3월 이후 매달 80만~90만톤씩 팔려나가며 연간 기준으로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1,000만톤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4분기 이후 국내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올해 건축이 증가했고 철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철강 전반의 수요부족과 중국 생산과잉에 따른 밀어내기식 수출로 고통받던 국내 업체들은 모처럼 찾아온 철근 호황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국내 철근 호황을 따라 중국산 수입이 부쩍 늘며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16만8,000톤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382.2% 급증했다.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5월 4만4,000톤에 그쳤지만 6월 6만1,000톤, 7월 13만2,000톤으로 불었고 지난해 대비 증가율도 5월 -16.5%에서 6월 52.5%, 7월 188.2%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철근은 철강재 가운데 부가가치가 가장 낮은 편이라 보통 자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국의 불황과 한국의 호황이 겹치며 수입이 확대됐다.
3~5월만 해도 국내 철근 판매량 대비 중국 수입량은 5%대에 그쳐 별다른 위협을 주지 않았지만 지난달 20% 수준까지 치솟자 업계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철근을 주력으로 하는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20~30% 저렴한 중국산이 국내 유통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만큼 고정수요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지금은 시장이 좋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시 꺾일 경우 국내 업체의 피해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포스코의 철근시장 진입에 대해서도 철근업계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포스코는 6월 준공한 베트남 봉형강공장(100만톤 규모)에서 생산한 철근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으로 16일 해당 제품의 KS인증을 취득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1%(연간 약 10만톤) 미만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는 국내 철근시장의 수급이 빠듯해 5% 정도만 물량 변화가 있어도 가격 부침이 심한 만큼 타격이 크다는 입장이다. 또 포스코의 국내 철근시장 진입이 중국 대형 철강사까지 국내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철근업계의 한 관계자는 "품질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까지 들어오기 시작하면 국내 중소형 업체는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