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다툼 속에 삼성물산(000830) 자사주를 전량 사들이며 '백기사'로 나선 KCC(002380)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들여 매입한 삼성물산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부정적 심리를 확산시켰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028260) 합병이 성공하고 하반기 업황 호조에 따른 실적개선이 나타나면 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CC는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1.43%(7,000원) 내린 48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2월6일(46만7,500원) 이후 약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KCC 주가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75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지난 2일 이후 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고 기관도 24억원을 순매도하면서 8거래일 연속 매도행진을 보였다.
KCC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은 건자재 시장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기 전날인 9일 5조7,0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이날 5조812억원으로 줄었다. 불과 사흘 만에 시가총액 6,000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난해 현대차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고가 매입한 후 주주들이 거세게 항의했던 것처럼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한 것에 대해서도 사업 경쟁력 차원의 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특히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데다 자사주 매각 계획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이 자금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KCC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직후 삼성물산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한 점도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KCC가 10일 삼성물산 자사주 899만557주를 당일 종가인 주당 7만5,000원에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삼성물산 주가는 6만8,400원까지 떨어졌다. KCC로서는 6,742억원에 사들인 자사주 가치가 이틀 만에 6,149억원으로 줄면서 6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은 셈이다. 시장에서 KCC가 너무 비싼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KCC 주가 부진은 일시적인 것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물산 지분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CC는 과거 현대차나 현대중공업,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지분 매입 사례에서 보듯 수년간 지분을 보유하면서 점차 지분 가치를 올려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며 "당장의 손실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으며 앞으로의 지분가치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선 연구원도 "올해 KCC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8배를 밑돌 정도로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며 "하반기 주택 분양시장 활성화로 건자재 수요가 늘면 실적개선과 함께 주가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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