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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퇴치 위한 선결조건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스 발생이 발원지인 중국을 제외하고는 정점을 지났다고 이번 주 발표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진정 기미는 환자 격리 등과 관련해 WHO가 취한 신속한 대응 덕분이다. 이라크 전쟁이 유엔 위상을 흔들고 있는 시점에서 유엔 산하기구의 이러한 활동은 고무적이다. 사스와 같은 질병을 다루는 데는 두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모든 국가들이 발병 사실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WHO의 감시국가 리스트에서 베트남이 제일 먼저 해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베트남은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신속하게 이를 WHO에 보고했다. 반대로 중국의 경우 지난 2월 WHO에 사스 발생을 보고하기까지 3개월이란 시간을 낭비했고, 이 기간동안 사스는 다른 국가들로 번져나갔다. 그때조차 베이징은 의심 환자에 대한 노출을 계속 꺼렸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보건 책임자는 해고됐고 베이징은 지금 WHO에 완전히 협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스는 WHO가 보다 많은 힘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재 유엔 기구는 회원국 정부에 대해 오직 충고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여행자제 등에 대한 WHO의 충고는 그것이 비록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는 해도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또 중국의 사례는 WHO에 보다 강력한 검사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사스 통제를 위한 두번째 선결조건은 `협조`다. WHO는 사스의 바이러스 유형을 밝혀내고 진단법을 고안해내기 위해 전 세계 10개국에 걸쳐 있는 13개 실험실을 유기적으로 협조시키며 작업하는데 성공했다. 실험실들은 보통 상업적 이익을 위해 서로 경쟁하기 마련이다. 에이즈의 경우 미국과 프랑스 소재 실험실들간 끊임없는 경쟁이 이어졌다. 사스에서 협조가 이뤄진 것은 지난 5년간 WHO를 이끌며 제약산업과 WHO의 관계를 개선시켜온 하렘 브룬트란드의 덕분이다. 올 여름 WHO 사무총장은 노르웨이의 전 총리 출신 브룬트란드 여사에서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기술관료 이종욱씨에게로 넘어간다. 그에게는 어려운 책무가 주어져있다. 전통적인 질병과 대응해야 하는 WHO는 지금 담배회사 등의 로비와 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 4월3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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