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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겉핥기로 OK하다 “Oh, No”
입력2003-12-26 00:00:00
수정
2003.12.26 00:00:00
이영섭 기자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에서 광우병 소 1마리가 발견된 이후 광우병 예방 대책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미 언론은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마비증세를 보이는 일부 소에만 검사를 국한하는 제도를 탓하면서 "1990년대 유럽 축산업을 폐허로 만든 아픈 과거에서 배운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허술한 대처는 문제의 광우병 소가 도축 후 유통까지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각됐다. 뉴욕 타임스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자 앤 베너먼 농무장관은 "그 소의 뇌와 척수가 공장으로 보내져 단백질 사료나 기름 등으로 재생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더욱이 9일 도축된 광우병 소의 뇌 조직 샘플을 아이오와주 연구소로 보낸 뒤 1주일 이상 검사가 지연된 사실도 추가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도축 전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엄격히 조사하지 않는 방식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에서 도살한 소 3,500만 마리 중 광우병 검사를 한 것은 겨우 2만여 마리. 전체의 0.06%에 불과하다.
그나마 검역관들이 도살장 밖에서 소를 육안으로 살펴보고 걷는 데 문제가 있는 소만 폐기처분하고 뇌 질환 징후가 있는 소는 소비 불합격 판정을 내린 뒤 부산물 가공공장으로 보낸다. 문제의 소도 이 경로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광우병 잠복기간이 3~8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검사는 수박 겉 핥기식이 아닐 수 없다. 86년 광우병을 처음 발견한 영국이 이후 소 370만 마리를 도살매장하고 모든 소의 뇌 조직을 검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소를 포함해 모든 동물의 유통 기록을 총괄하는 기관이 없어 감염 경로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농무부가 문제의 소가 언제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팔려왔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광우병`이라는 저서를 낸 존 스타우버씨는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훨씬 더 많은 광우병 사례가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진짜 문제는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사실보다 미국이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광우병 감염 경로를 추적 중인 미 농무부는 문제의 소가 99년에 태어났고 농장주가 2001년 10월경 구입했을 것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이 소가 거래됐을 우시장 2곳을 조사 중이다. 농무부는 광우병이 대개 오염된 사료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이 소가 태어난 지역에서 사용하는 사료를 집중 추적할 계획이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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