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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4월산업활동동향] U-L자형 회복 갈림길
입력2001-05-29 00:00:00
수정
2001.05.29 00:00:00
박동석 기자
생산·수출등 지표둔화에 美경기 불확실론 또 불거져국내 경기가 U자형 회복(완만한 회복)과 L자형 회복(장기침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생산ㆍ수출ㆍ출하ㆍ소비 등 실물경제지표들은 전반적인 경기둔화의 신호를 나타내는 가운데 혼조세 양상을 띠고 있어 하반기 회복론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높은 3.7%를 기록하고 소비자 및 기업들의 기대심리가 호전된 것으로 분석돼 성급하게 2분기 회복을 점치던 종전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세계경기가 안정세를 되찾고 현대ㆍ대우 등 국내 부실기업처리가 예정대로 마무리될 경우 국내 경기는 U자형 회복세를 보여 올 3분기께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외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는 L자형 패턴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설비투자 긴 낮잠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은 실물경기가 아직도 바닥을 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섣불리 회복론을 꺼낼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설비투자가 6개월째 잠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아 실물경기에 큰 부담을 주게 됐다. 생산ㆍ출하ㆍ재고 등 경기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지표들도 회의적인 사인을 보내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세계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파악된다. 이장영 재경부 자문관은 "시중에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기업들은 돈을 찾지 않고 찾더라도 금융기관이 자체부실로 대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신용경색현상이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정보통신(IT) 산업 침체 등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투자할 메리트를 찾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부진이 생산ㆍ설비투자ㆍ출하를 줄이고 반면 재고는 늘려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높이는 악순환고리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팀장은 "실물경기가 더 이상 꺼지지는(침체) 않겠지만 그렇다고 반등의 기미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경기 안개 속 항해
외부여건은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올들어 미국연방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리인하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던 미국경기는 최근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25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4분기 GDP는 1.3% 증가로 예상치인 2%를 훨씬 밑돌았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경기를 비롯한 세계경기가 U자형회복, 심지어는 L자형 경기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V자형회복(급속회복)과는 대조적인 전망들이다.
손성원 웰스파고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침체와 연착륙 사이에서 줄타기 곡예를 하고 있다.
◇불확실성 제거가 열쇠
최근 경기를 바라보고 있는 정부의 심경은 찹찹하기만 하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크게 확대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금리를 내릴 형편도 아니다. 기껏해야 제한적 경기부양으로 지칭되는 세제를 통한 인센티브가 고작이다.
재정 및 통화당국이 함부로 손을 쓸 수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안으로는 대우ㆍ현대 등 부실기업정리가 아직 돌파구를 찾느라 여념이 없고 밖으로는 미국 등 세계경기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래 실상보다는 다소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올들어서는 몇 달째 '유보'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한달은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달 말까지 경기동향을 예의주시한 후 오는 6월에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요즘은 슬쩍 시기를 미루고 있다. 여전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병원 경제정책국장은 "국내 부실기업 5대현안 처리 등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며 "정부는 당분간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해 위축된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수출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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