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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제조업 임금체계] “직무급제등 새임금체계 서둘러야”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사간 갈등 및 대립이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대란, 철도노조 파업으로 교통대란이 일었으며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대형 사업장이 파업을 벌여 경제, 사회적으로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노사간 극한 대립의 기저에는 임금에 대한 인식 차이가 짙게 깔려있는 점에 주목, `제조업 임금체계`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 참석자인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 김정태 경영자총협회 상무, 노재열 금속연맹 정책실장은 `현재 한국의 노사 갈등에는 낙후된 임금체제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들은 토론 과정에서도 여전히 임금을 바라보는 시각에 커다란 차이를 드러냈지만 한국의 노사가 갈등 요소를 해소하고 발전적인 관계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임금 체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들은 또 노사 양측이 대화와 협상을 지속적으로 펼칠 공식 접촉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박준성 교수: 노사간 갈등과 대립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임금문제야말로 근본 원인이다. 생산성보다 임금인상율이 높아 기업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회사측 입장과 삶의 질과 기본적 생계비 보장 차원에서 여전히 현 임금수준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 임금과 관련한 노사양측의 대립은 한국의 `낙후한 임금체계`에도 원인이 있다. 임금체계 개선을 통해 노사 대립의 골을 해소하고 노사간 신뢰의 토대를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 기업들의 임금인상 수준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가. ▲김정태 상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총액기준으로 203만6,000원(10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임금상승률 5.6%에 비해 무려 6%p나 높은 것이다. 특히 500인 이상 기업의 임금상승률은 17.5%에 달해 전산업 평균 임금상승률보다도 6%p 가까이 높았다. 경쟁국인 타이완 등보다는 높은 편이고 선진국에 비하면 높진 않으나 생산성까지 감안하면 높은 수준에 와 있다. 임금상승율이 높다보니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인건비 때문에 “제조업 못하겠다”며 생산기지를 중국, 동남아 등으로 옮기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는 이미 시작됐다. ▲노재열 실장: 사측과 생각의 차이가 큰 것 같다. 전문적 수치가 현실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노동자가 체감하는 임금과 회사측이 제시하는 수치 사이의 괴리는 엄청나다.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을 총액기준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김 상무께서 말씀하신 임금은 대개 근로자들이 3,000시간 이상 일할 때 받을 수 있는 임금이다. 2,000~2,300시간 일한다면 결코 받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기업 노동자들이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했지만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평균임금(연령 37.8세, 근속연수 12.8년, 부양가족 3.8명 기준)이 기본급 113만원, 통상급 140만원 정도다. 200만원 이상 받으려면 잔업, 특근까지 하면서 3,00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한 마디로 노동자들이 몸 팔아가며 제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박 교수: 임금 수준에 대한 사측과 노측의 견해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양측이 서로 제시하는 수치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답답하다. 노조도 충분한 전문성을 갖고 있으므로 노사가 자료를 공유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 공감대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나라 임금수준의 정확한 위상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양측이 생산적인 논의를 펼쳐갈 수 있다. ▲김 상무: 기업이 총액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나라 특성상 간접노무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외국은 정부가 사회복지부문을 충분히 지원하지만 한국은 이 부담의 상당부분을 기업이 짊어져야 한다. 이런 특수성을 노동계가 이해해야 한다. 기본적인 자료 공유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교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노 실장: 노동계도 자료를 공유하고 정책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우리는 5년전 경총에 이 같은 제안을 했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협의에 적극 찬성한다. 이제 노사문제는 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부분에 대한 김 상무의 지적에 동의한다. 기본적으로 복지수준이 열악하다는 것을 사측도 인정하고 있으니 임금이라도 많이 받아야 겠다는 노측의 입장을 헤아렸으면 한다. ▲박 교수: 최근 노사분규를 보면 중소기업보다는 핵심산업의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사업장들이다. 노측이 임금인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이제는 더 이상 못 올려주겠다고 버티면서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 파업중인 LG화학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현상은 생산성, 직무가치와 무관하게 근속연수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고임금이 보장되는 연공급 임금체계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생산성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주는 경향이 있는데 반대로 임금은 계속 높아지는 것인 연공급의 문제다. ▲김 상무: 정확한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78% 이상이 연공급을 채택하고 있다. 연공급 임금체계 아래에서는 `생산성은 낮고 임금은 높은` 중고령 근로자의 문제가 생긴다. 이들은 명예퇴직 1순위가 된다. 결과적으로 45세 정년이라는 `사오정`현상을 증가시킬뿐이다. 또 기업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 재계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계는 거부하지만 말고 이를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선진국은 직무(하는 일)에 따라 임금을 주기 때문에 근로자의 나이 때문에 고임금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 임금관련 유연성도 높아진다. 각종 수당, 보너스 등 복잡한 임금체계도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노 실장: 임금체계가 현재 방식으로 유지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하지만 임금체계의 문제는 노동자의 몫이 아니다. 현대차의 경우 수당이 300개에 이르는데 이는 역대 정부와 경총이 임금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장한 것이다. 노동계도 직무제든 임금피크제든 논의할 수 있다. 다만 시행을 전제로 한 논의는 할 수 없다. 현재의 임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로 논의,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년ㆍ고령층 실업이나 비정규직 증가 등은 단순히 노동자 임금문제만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다. 정부가 사회복지 측면에서 책임져야 할 측면이 크다. 재계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테니 정부한테 할 말은 하기 바란다. ▲박 교수: 상ㆍ하간 임금 차이나 학력이나 성(性)에 따른 임금 격차는 상당히 줄어 들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차는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가 큰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측에서 직무급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굳이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 ▲노 실장: 금속연맹의 16만 조합원 간의 임금격차가 3:1이다. 전체 산업으로 확대하면 6:1로 늘어난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300원을 받는데 다른 사람은 100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노조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직무급 뿐아니라 직급체계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임금체계 개선에 대해 노조는 언제든 터놓고 토론과 협의를 할 수 있다. 다만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부분은 임금문제 보다 경영자의 노조가입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경영층이 생산성향상, 기술발전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어떤 형태의 고용이 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되짚어보기 바란다. ▲박 교수: 우리나라의 임금교섭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도 문제다. 일본에서 춘투가 시작된 것은 일본은 회계연도가 4월1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회계연도가 1월1일부터 시작되므로 직전년도에 동투를 해야하는데 요즈음 춘투 넘어서 하투, 추투까지 간다. 임금도 추석 전후로 소급해서 받고 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김 상무: 조기타결을 권장하지만 안 먹힌다. 몇 년 전까지는 그래도 노사교섭이 5월까지는 끝났다. 최근에는 박 교수께서 지적한대로 하투가 일반화되는 실정이다. 노사교섭만 하다가 기업경영이 끝날 판이다. 조기에 교섭을 끝낼 수 있도록 집중화 시키는 게 필요하다. 노조에서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까지 교섭사항으로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조가 경쟁사, 경쟁국의 상황이나 현 경제상황도 이해해 가면서 요구사항을 주장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노 실장: 대기업은 임금요구안을 제출하면 회사에서 보름내지 한달간 검토한다. 교섭에 들어가면 사측에서 2~3번 회피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러면서 훌쩍 두 달이 지나간다. 그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 기업에서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으면 한다. 화물연대가 경유값 문제까지 들고 나오듯 교섭요구사항이 다양해 지는 것은 하소연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 정책적인 부분은 경총과 상위단체(노조)에서 조율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었으면 한다. ▲박 교수: 교섭기간을 줄이는 문제에서는 경총이 좀 더 역할을 했으면 한다. 현행 2월에 경총이 제시하고 있는 임금 가이드라인도 훨씬 빨리 나와야 할 것으로 본다. 비정규직 증가, 중년ㆍ고령층 실업, 교섭지체로 인한 사회적 비용증대 등의 문제에 노사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 만큼은 틀림없다. 노사가 이들 문제와 임금체계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노측도 상당한 힘이 축적돼있고 적지않은 기득권을 갖고 있는 만큼 사측과 협력해 공정한 배분 룰(rule)을 만들기 바란다. 이 자리를 통해 노사가 정책적 연구를 활발히 해 한국에 맞는 공평한 임금체계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해 기쁘다. <정리=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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